내용요약 리튬이온 배터리 밑그림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처음 설계
이후 존 굿이너프 교수, 요시노 아키라 교수 거쳐 완성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 등 화석연료 대체하며 활약

오늘날 배터리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1차전지와 충전을 통해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로 구분된다. 가볍고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2차전지의 대명사로 불리며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1991년 처음으로 노트북과 핸드폰 등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된 이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전기차 확대란 시대적 흐름을 타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시장규모는 올해 160조원에서 2030년 531조원, 2035년 815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바야흐로 2차전지 전성시대. 우리 삶 곳곳에 녹아든 2차전지를 비롯한 배터리는 현재 어떤 트렌드일까. 또 배터리의 역사와 원리, 특징은 무엇일까. 한스경제가 삼성SDI와 함께 배터리 역사부터 실제 적용 사례까지 소개하는 ‘배터리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 / 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 / 삼성SDI 제공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2019년 10월 9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탠리 위팅엄 교수, 텍사스대학교 존 굿이너프 교수, 일본 메이조대학교 요시노 아키라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선정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수상 이유로 인류에게 배터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편익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인류에게 ‘충전이 가능한 세상’을 열어줬다는 점이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였다.

◆ 1회용이 아닌 ‘재충전하는 세상’을 만들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배터리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밑그림은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1970년대 리튬이온 배터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1970년대는 석유파동이 일어나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였다.

스탠리 위팅엄 교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와 한 번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자 했다. 이후 그는 이황화티타늄(TiS2)을 양극재로 하고 리튬메탈을 음극재로 하는 2볼트 배터리를 개발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건전지가 1.5볼트인 것을 생각해볼 때 2볼트는 그리 높은 전압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그의 연구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훗날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발에 밑그림을 제공하는 성과로 재평가를 받게 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이 되는 구조인데,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개발한 배터리는 리튬메탈의 전자가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전류를 흐르게 하는 구조로 오늘날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스탠리 위팅엄 교수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 / 삼성SDI 제공
스탠리 위팅엄 교수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 / 삼성SDI 제공

스탠리 위팅엄 교수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존 굿이너프 교수다. 존 굿이너프 교수는 스탠리 위팅엄 교수의 연구를 보고 황화금속(이황화티타늄) 대신 산화금속을 사용하면 더 높은 전압을 만들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이후 1980년 리튬 코발트 산화물(LCO)을 양극재로 이용해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설계한 것보다 2배나 높은 4볼트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리튬 코발트 산화물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양극재다. 존 굿이너프 교수의 연구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한층 더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연구도 상용화의 길은 가지 못했다. 음극재인 리튬메탈은 공기 중에서는 검게 산화되고 물에 넣으면 기포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공기와 물에 쉽게 반응하는 단점이 있었다.

1972년 화학기업으로 유명한 아사히카세이에 신입연구원으로 입사한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작고 가벼우며 폭발 위험이 없는 배터리를 만든다는 목표로 연구에 매진해 1985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당시 그가 연구에 참고했던 것이 존 굿이너프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다.

그는 오랜 문제였던 반응성이 강한 리튬메탈 대신 석유코크스(탄소 소재)를 음극재로 사용함으로써 폭발의 위험성을 해결했다. 그가 사용한 석유코크스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의 원재료다. 20년 이상 기업에 근무하면서 이룬 업적으로 현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렇게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정립한 개념을 바탕으로 굿이너프 교수가 양극재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어 요시노 아키라 교수가 음극재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리튬이온 배터리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존 굿이너프 교수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 / 삼성SDI 제공
존 굿이너프 교수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 / 삼성SDI 제공

◆ 화석연료가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 개발의 가장 큰 의의는 화석연료 없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를 충전해 사용함으로써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를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리튬이온 배터리는 우리의 일상을 혁신하는 데 주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2차전지의 사용처로 각광받는 곳은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이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태양광, 풍력 등에서 만들어진 친환경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화석연료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2021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는 화석연료와의 이별을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5%를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197개 당사국들은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함께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약속했다.

글로벌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더 적극 나서고 있다.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에너지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동할 수 있는 배터리가 보여줄 미래가 더 기대되는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배터리의 역할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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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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