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반도체 IP 라인업 확대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IP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의 중요한 역할
미국 현지시각 28일 파운드리 생태계 포럼 개최 예정
삼성전자 사옥. / 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옥. / 연합뉴스

[한스경제=노이서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 세미 등과 IP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손잡았다. 더 다양한 IP를 확보함으로써 팹리스 고객사를 늘려 파운드리 산업 내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차세대 IP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AI와 그래픽처리장치, 자율주행, 모바일 등의 IP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더 강력한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정설계키트(PDK)와 설계방법론(DM) 등 최첨단 IP 개발에 필요한 파운드리 공정 정보를 IP 파트너에 전달하면, IP 파트너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된 IP를 개발해 국내외 팹리스 고객에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외 팹리스 고객사는 자신들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된 IP를 제품 개발 단계에 따라 적기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팹리스 고객사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오류를 줄이고 시제품 생산과 검증, 양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반도체 칩을 개발, 설계만 하는 미국 인텔 등 팹리스 업체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영국 ARM 등 파운드리 업체로 나뉜다. 그리고 반도체 IP 업체는 반도체의 특정 기능을 회로로 구현한 설계 블록을 개발해 팹리스 업체에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IP는 지적재산권을 의미하지만 반도체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셈이다.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 칩 설계시 IP를 활용하면 보다 빠르게 고성능의 제품을 만들 수 있어 IP는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IP 업체들은 특정 IP를 개발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에 제공하고, IP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시스템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따라서 IP 업체들은 칩에 필요한 IP를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의 로드맵에 따라 선행 개발해야하고,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기업은 팹리스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IP가 필요하다. 반도체 IP 분야는 IT 대국인 국내에서도 아직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지만 파운드리와 팹리스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원철 상무(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원철 상무(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협력에는 파운드리 전체 응용처에 필요한 핵심 IP가 포함될 예정이다.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컴퓨팅(HPC)은 물론 오토모티브와 모바일 등 전 분야의 고객들에게 필요한 핵심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팹리스 고객을 유치하고 모든 고객에 대한 개발지원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3나노부터 8나노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는 수십여 종의 IP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CIe 6.0과 112G SerDes, DDR5, LPDDR5X, GDDR7 PHY 등 고속 데이터 입출력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페이스 IP와 칩렛 등 최첨단 패키지용 UCle IP 등을 글로벌 IP 파트너들과 함께 개발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IP 업체들과 함께 필요한 최첨단 IP를 협력 개발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 유치에 힘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며칠 전 연세대학교 강연에서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여러 IP 업체들과 빅딜을 하는 등 고객사를 위한 다양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언급한 적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의 경우 2008년에 IP와 디자인 등 파운드리 생태계에 필요한 각 분야 업체들이 모여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를 만들었다. OIP 안에 ‘IP 얼라이언스’도 만들어 IP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TSMC는 OIP에 속해 있는 파트너들이 혁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동시에 팹리스 고객사가 이 신기술을 더 낮은 사용료에 활용할 수 있게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TSMC와 파트너, 고객사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팹리스 고객 입장에서는 퀄리티가 확실한 IP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 TSMC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반을 손에 쥐고 있는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늦게 시작한 만큼 2018년에 파운드리 생태계 플랫폼 ‘삼성 어드반스드 파운드리 에코시스템(SAFE)’을 출범해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아직까지 TSMC와 비교하면 파트너를 맺은 IP 업체나 포트폴리오 개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IP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지시각 이달 28일 열리는 SAFE 포럼에서 이번 협력의 자세한 내용과 최첨단 IP 로드맵,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의 성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최첨단 IP 포트폴리오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IP 파트너 외 국내 IP 파트너사와의 협력도 지속 확대해 고객의 혁신 제품 개발과 양산을 더 쉽고 빠르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이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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