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 구매 중단 결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기 반사이익 기대
미중갈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
마이크론 로고와 반도체 회로기판을 합성한 이미지. /연합뉴스
마이크론 로고와 반도체 회로기판을 합성한 이미지. /연합뉴스

[한스경제=노이서 기자] 중국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미국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나서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중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 반도체 기업의 반사이익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이 최근 마이크론 제품은 핵심 정보와 인프라 공급망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관련 법률에 의거해 핵심 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이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와 같은 조치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의 맞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G7 정상들이 중요물자의 공급망 강화 공동성명을 채택한 당일 발표된 조치어서 추측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각 22일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한다는 결정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 조치는 사업에 개방적이고 투명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춰나가겠다던 중국의 주장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가의 핵심 정보와 핵심 안보를 지키기 위해 통상적으로 실시했던 심사였을 뿐”이라며 추가 언급은 피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42.7%), 2위는 SK하이닉스(27%), 3위는 마이크론(25.9%)이다.

따라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우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몇 조 단위에 이르는 매출을 중국에서 추가적으로 창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2022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 307억 달러에서 중국 및 홍콩 등 중화권 매출은 49억7600억 달러(6조6천억 원)로 약 16.2% 비중을 차지했다. 이중 중국 시장 비중은 11%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중국이 마이크론 안보 심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일부 중국 업체들이 이미 한국 업체들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서버용 D램 구매자들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동향이 보고되고 있다”며 마이크론이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중국 시장점유율을 한국업체가 가져갈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 팹과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당분간은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 창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연합뉴스

반면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이 중국 제재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뚜렷한 반사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제프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은 대부분 글로벌 업체로부터 나오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린 범위에 이 글로벌 업체들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확실하게 누릴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우선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1년 유예해 줬다. 오는 10월에 유예기간이 끝나는 가운데 현재 최소 1년 이상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직접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중국 제재를 받게 되면 한국 기업들이 그 공백을 채우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개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더라도 모든 결정은 기업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도 미국의 규제 동참 압박을 인식하고 있다. 마오 대변인은 “다른 나라를 협박해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 무역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면서 “미국이 패권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중국은 이러한 관행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단기적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KB증권 등 역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주문량은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반도체 업계 내부적으로는 YMTC 등 자국 기업이 장기적으로 마이크론 제재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은 시장점유율이나 기술력 등 부분에서 한국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뒤처지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성장에 속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현지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안정이라는 시점에서 바라보면 중국 반도체 업계 발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이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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