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태풍 유튜브 '도장깨기' 기획 영상 재미 쏠쏠
20여 년 전 국내 길거리 농구 떠올리게 해
프로농구 스타 출신 전태풍이 8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아마추어 농구인을 상대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전태풍 유튜브 '도장깨기' 촬영 현장. /박종민 기자
프로농구 스타 출신 전태풍이 8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아마추어 농구인을 상대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전태풍 유튜브 '도장깨기' 촬영 현장. /박종민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길거리 농구 영상 조회 수가 무려 205만회(4월 26일 대전 은평공원편). 요즘 농구계에서 핫한 콘텐츠 중 하나로 전태풍(43·은퇴)의 유튜브 기획 영상인 ‘도장깨기’를 꼽을 수 있다. 과거 전미 리크루팅 랭킹 56순위까지 올라갔고 국내 프로농구 정상급 가드였던 전태풍이 전국 곳곳의 농구 코트를 순회하며 길거리 농구인들과 1대1로 대결하는 내용이다.

1946년 미국 뉴욕 할렘가를 시초로 하고 있는 길거리 농구는 20여 년 전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2002년 나이키배 길거리 농구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전설의 힙후퍼’ 안희욱(39·현 스킬트레이너) 씨는 화제가 된 길거리 농구 영상에서 현란한 드리블로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들이었던 문경은(52), 이상민(51), 김승현(45) 등을 제치고 득점에 성공했다. 10여 년 전 만났던 안희욱 씨는 “스킬트레이너로서 농구계의 YG를 꿈꾼다”고 했다.

2000년을 전후해 길거리 농구 대회에 출전했고, 2000년대 중반엔 농구전문잡지에서 길거리 농구를 취재하기도 했던 기자의 기억 속에 ‘안희욱’과 ‘볼케이노(연세대 농구 동아리)’, ‘플라이(FLY)’ 등은 전설적인 이름들로 남아 있다.

당시 길거리 농구의 인기는 지금과 비교불가였다. 농구를 하기 위해선 한 겨울에도 코트 근처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코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이른바 ‘밀어내기’까지 해야 했다. 3대3으로 맞붙어 승리하는 쪽은 계속 코트를 사용할 수 있는 암묵적인 룰이었다. 흡사 1990년대 이태원 문나이트클럽에서 이뤄지던 스트리트 댄스 배틀의 농구 버전인 셈이다.

안희욱 씨(왼쪽)가 과거 프로농구 선수 문경은과 대결을 펼치는 모습. /안희욱 씨 제공
안희욱 씨(왼쪽)가 과거 프로농구 선수 문경은과 대결을 펼치는 모습. /안희욱 씨 제공

8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농구코트엔 100여명이 넘는 길거리 농구인들이 몰렸다. 현장에서 마주한 전태풍은 현역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슛 없네”, “오우, 야”, “어디가” 등 추임새로 특유의 장난기를 발동했다. 이날 전태풍은 아마추어 길거리 농구인들을 상대로 숄더 페이크, 헤지테이션 무브 등에 이은 점퍼나 돌파를 선보이며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진땀을 빼게 한 상대도 있었지만 결국 승리를 거두며 활짝 웃었다.

코트를 둘러싼 길거리 농구인들은 전태풍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감탄했다. 현장엔 10~30대 아마추어 농구인들이 많았지만 20년 전 국내 농구 인기를 체감했을 법한 40~50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전태풍은 1대1 대결 촬영이 끝난 후에도 남다른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100명은 족히 되는 팬들과 일일이 기념 사진을 찍으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국내 농구계는 과거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전태풍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는 13만9000여명으로 KBL TV의 구독자 수(10만4000여명)를 능가한다. 콘텐츠별 조회 수는 전태풍의 도장깨기 영상들이 압도적이다. 파급력 있는 스타들의 활동이 이래서 중요하다. 농구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전태풍 덕분에 기자도 20년 전 느꼈던 길거리 농구의 살아 있는 숨소리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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