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태양광 확대 속도 유지하면 역효과 발생 우려
지자체, 기업 RE100 달성 수단으로 산업단지 태양광 도입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부 인식 개선 절실”
정부와 지자체 간 태양광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 픽사베이 제공
정부와 지자체 간 태양광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 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정부와 지자체 간 태양광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업계에서는 정부는 태양광 비리 수사를 이어가며 태양광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지자체는 태양광을 적극 도입하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보이는 행태는 수사를 통해 태양광 비리만 부각시켜 태양광에 부정적인 인식을 더하고 있다”며, “반면 지자체는 산단 태양광을 도입에 조 단위로 투자하고 있어 태양광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 간의 온도 차이가 상당해 어떤 정책에 맞춰야 할지 의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확대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픽사베이 제공
정부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확대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픽사베이 제공

◆ 태양광 길들이기 나서고 있는 정부

실제 정부는 태양광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확대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너무 빨리 태양광이 확대돼 이 속도를 유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는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21년 확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8.6%p 내린 21.6%로 정했다. 이에 연도별 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목표치도 당초 세웠던 2023년 14.5%에서 13%로, 2024년 17%에서 13.5%로 각각 낮췄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태양광 비리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을 비롯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전력기금) 사용 실태 점검을 통해 적발한 위법 사례 총 5,000여건 중 626건, 총 150명을 18일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3일에는 전력기금 2차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총 5,359건에서 5,824억원의 위법, 부적정 집행 사례를 확인했다. 점검 대상은 한국전력 전력기금사업단,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기안전공사, 지방자치단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정부 정책 방향과 수사가 이어지며 한 때 국가 전략산업으로 꼽히던 국내 태양광 산업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 태양광 신규용량은 2GW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절정이던 2020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쪼그라든 수치다. 2016년 처음으로 1GW를 돌파한 국내 태양광 신규 용량은 2017년 1.5GW, 2018년 2.6GW, 2019년 3.9GW, 2020년 4.6GW, 2021년 3.9GW를 기록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도산을 걱정하는 중소형 태양광 업체가 늘고 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태양광 길들이기 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고 많은 기업들이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태양광을 전력 자급률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산업단지에 1.5GW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한다. 사진은 충남 아산시 인주면 인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인주생산클러스터 공장지붕에 설치된 지붕형태양광 모습 / 에스와이 제공
대구시는 태양광을 전력 자급률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산업단지에 1.5GW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한다. 사진은 충남 아산시 인주면 인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인주생산클러스터 공장지붕에 설치된 지붕형태양광 모습 / 에스와이 제공

◆ 태양광 적극 도입하고 있는 지자체

반면 지자체들은 태양광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산업단지 RE100’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4조원 규모를 투자해 2026년까지 경기도 내 50개 산단에 태양광 2.8GW(원전 2기 생산 전력량)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실천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무역장벽이 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하향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산업단지 RE100’ 사업은 경기도가 대한민국 RE100을 선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RE100 대응에 고심했던 도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보가 쉬워져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북도도 태양광 도입에 적극적이다. 경북도는 지난 2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에너지공단과 ‘기후 위기 극복 경북형 친환경에너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최대 4조2,500억원을 투자해 도내 산업단지에 2.5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다. 경북도내 국가·일반·농공 산업단지 산업시설 면적(8,215㏊)의 30%에 해당하는 지붕 등 유휴공간에 태앙광 발전시설이 도입된다. 

경북도는 이 사업으로 산업단지 기업이 저탄소 정책을 실현하고 RE100 등 기후변화 규제에 적극 대응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도 태양광을 전력 자급률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산업단지에 1.5GW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한다. 도심 태양광 프로젝트 중 국내 최대 규모로 투자 금액은 약 3조원에 이른다. 대구시 홍준표 시장이 노후화된 도심 산단을 둘러본 후, 대구 산단 내 노후 슬레이트 지붕을 정비하고 친환경 탄소중립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산단 지붕 태양광 사업’을 구상했다.

대구시는 이 사업을 통해 대구 도심 면적의 15%에 달하는 산업단지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보급할 뿐만 아니라 1급 발암물질인 노후 석면 슬레이트 공장지붕 116만㎡ 전체를 철거함으로써 ‘탄소중립 선도도시’ 건설과 함께 친환경 산단 조성을 통해 근로여건 개선, 시민 건강 증진 등 다양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태양광 도입에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는 정부가 태양광을 적폐로 몰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에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 방향은 재생에너지 확대라고 말을 하지만, 태양광 비중 축소, 태양광 수사 등을 통해 실제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당 소속인데도 태양광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는 점은 정쟁을 떠나 태양광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핵심 수단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며, “반면 정부는 말로는 태양광 길들이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해서 마치 탄압이라고 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느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일부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태양광에 대한 가짜 뉴스들이 꾸준히 생산돼, 태양광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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