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기업, 글로벌 기업들에게 RE100 요구 받는 사례 늘어나
재생에너지로 제품 생산해야 하는 국내 기업 계약 취소까지
잠재량 풍부한 산업단지 태양광 RE100 솔루션으로 관심↑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이변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폭우, 폭염, 산불, 가뭄, 홍수 등 기후이변을 넘어 기후재앙까지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인류의 공동목표는 지구 표면온도 1.5°C 상승 제한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에 전 세계가 나서고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1.5°C HOW 신재생에너지가 답이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 글로벌 및 국내 신재생에너지 동향, 신재생에너지 전망, 기업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및 기술 현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현재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은 밴더사들에게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제공
현재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은 밴더사들에게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21년 확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8.6%p 내린 21.6%로 정했다. 이에 연도별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목표치도 당초 세웠던 2023년 14.5%에서 13%로, 2024년 17%에서 13.5%로 낮췄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 정책에 국내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수출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이니셔티브다. RE100 이니셔티브에는 IT, 통신, 자동차 제조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 407개(2023년 5월 기준)가 참여 중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은 애플, 아마존, 구글, BMW, 지멘스 등이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은 밴더사들에게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의 10곳 중 3곳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4.7% 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은 28.8%, 중견기업은 9.5%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다. ‘2025년까지’는 33.3%, ‘2026~2030년’은 9.5%로 나타나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 생산” 요구 

실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에게 RE100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납품 수주의 기본 조건으로 요구받았다. 또 배터리 제품의 탄소발자국 분석을 통해 일정 탄소 배출량 이하 수준을 요구했다. 

한 반도체 제조업체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이 기업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지만, 많은 기업이 중장기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제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협력사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문의하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중장기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BMW와 볼보는 국내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을 요구했다. 이를 실현하지 못한 기업들은 계약이 취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앞으로 볼보에 납품하려면 RE100 실천 방안을 담은 ‘RE100 목표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2023년 4월 기준 29개사로 이중 2021년 RE100 연간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15개에 그치고 있다.

RE100 회원 기업들이 RE100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이다. / 연합뉴스 제공
RE100 회원 기업들이 RE100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이다. / 연합뉴스 제공

◇RE100 실현의 핵심 키, 태양광 

RE100 회원 기업들이 RE100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이다. 특히 태양광 도입 속도가 가파르다. 기술 수준이 가장 고도화 되고, 균등화발전비용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균등화발전비용은 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전체 비용을 운영 기간 생산한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발전원별 경제성을 비교하는 지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태양광 평균 균등화발전비용은 ㎾h 당 0.048달러로, 2010년 ㎾h 당 0.417달러의 9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전력 사용량 기준 RE100 참여 기업들의 총 전력 사용량 중 약 45%에 해당하는 152TWh를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부회장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 정책으로 기업들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RE100이 수출장벽으로 작용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태양광이 협소한 국토 면적으로 더 이상 설치할 곳이 없다고 하지만, 산업단지 지붕과 주차장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국내 기업들의 RE100 실현을 보다 빠르게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산업단지태양광은 RE100 및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키로 부각되며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원전(1.5GW) 38기가 넘는 57GW (한국산업단지공단 추정)의 풍부한 보급 잠재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약 70%에 해당하는 40GW가 보급이 가능하다고 분석된다. 특히 민원, 환경파괴, 계통 문제 등에서 자유롭고 RE100, ESG 기업경쟁력 강화,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40GW 규모로 산업단지태양광을 보급하면, △연간 2,417만t 온실가스 감축 △36억 7748만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 △월 1,212만 가구가 이용 가능한 전기 공급 △82만 4,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이 기대된다.

정 부회장은 산업단지태양광 보급의 5대 효과로 △RE100 및 ESG 기업 경쟁력 강화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지역 에너지자립도 제고 △온실가스 감축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물론 산업단지태양광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산업단지 기업주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금융조달도 더 용이해져야 한다. 또한 SMP상한제 시행으로 신규 사업 추진도 가로 막혀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산업단지태양광 활성화 방안으로 △산업단지태양광 신재생 의무화제도 시행 △인허가 절차 간소화 △REC 상향 △RE100형 산업단지태양광 비즈니스모델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정 부회장은 “산업단지태양광은 민원, 환경 파괴, 개통 문제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세 가지 어려움이 없는 최적의 솔루션”이라며, “특히 RE100과 ESG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산업단지태양광을 활용하면 탄소중립 실현 기간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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