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가운데) LG 감독이 선수들에게 우승 헹가래를 받고 있다. /최대성 기자
염경엽(가운데) LG 감독이 선수들에게 우승 헹가래를 받고 있다. /최대성 기자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감독으로 우승하면 전 야구판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본 거 아닌가요?”

지난해 11월 LG 트윈스 감독으로 선임된 염경엽 감독에게 ‘독이 든 성배’와 같은 LG 감독을 맡은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염 감독은 프런트, 지도자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은퇴 후 현대 유니콘스 프런트, 현대 코치를 지냈다. 2008~2011년 LG에서 스카우트, 운영팀장, 수비코치를 역임했고, 2012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코치를 거쳐 2013년 넥센 사령탑에 올랐다. 2017~2018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단장을 역임했고, 2019~2020년 SK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성공한 야구인’ 염 감독도 갖지 못한 타이틀이 있었다. ‘우승 감독’이었다. 염 감독은 SK 단장 시절이던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지만, 사령탑으로는 정규시즌 우승도, 한국시리즈 우승도 맛본 적이 없다.

염 감독은 2014년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그러나 우승까지 닿지는 못했다. 넥센은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LG를 3승 1패로 꺾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2승 4패로 밀려 준우승했다.

2019년 SK 감독 시절에는 시즌 막판 두산 베어스에 역전을 허용해 정규리그 2위로 밀렸고,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연패를 당해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2020년엔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시련을 맞기도 했다.

염 감독에게 우승 감독은 마지막 소원과 같았다. LG만큼 염 감독도 우승이 간절했다.

안 그래도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LG는 염 감독 부임 이후 한층 더 강해졌다. 염 감독은 강한 백업 선수와 불펜 투수들을 발굴해 뎁스를 강화했다. 특히 LG 불펜은 원래도 강했지만 염 감독이 유영찬, 박명근 등 새 얼굴을 발굴하면서 빈틈이 없어졌다. 모든 투수가 필승조로 불릴 정도로 철벽 불펜을 구축했다.

또 ‘공격 야구’를 천명한 염 감독은 LG 타선에 ‘뛰는 야구’를 추가했다. 공격적인 주루와 다양한 작전으로 LG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LG는 비록 성공률은 리그 최하위(62.2%, 9위 롯데 70.6%)에 머물렀으나 기회만 되면 도루를 시도하는 뛰는 야구로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16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약점도 잘 극복했다. 팀 에이스 역할을 했던 케이시 켈리가 한동안 부진에 빠졌고,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불펜이었던 이정용과 임찬규를 선발로 전환시키고, 키움에서 선발 자원인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LG는 염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했고, 한국시리즈에서 4승 1패로 KT 위즈를 제치고 29년 만에 정상에 섰다. LG도 염 감독도 우승 한을 풀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KBO리그 감독상을 받은 염경엽 감독은 "우승 감독 염경엽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한 뒤 "팬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선수들이 절실함을 가지고 페넌트레이스부터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시작이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우승을 위해 달리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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