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피의자 신분 황의조 출전시킨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
혐의 관련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국가대표 경기 출전은 논란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스포츠 선수들이 꿈꾸는 것 중 하나는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 스타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은 “나라를 위해 뛴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은 항상 자랑스럽고 영광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나선 축구 국가대표팀 한 자리가 논란이 됐다.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 조사한 황의조(31·노리치 시티)가 태극마크를 달고 21일 중국전(3-0 승)에서 후반 27분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다. 앞서 18일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는 팬들과 함께 오픈트레이닝에도 나섰고, 19일엔 중국 선전으로 동행해 훈련 등 대표팀 공식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대표팀 감독은 황의조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걸 인지하고 있다.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 진행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당장 어떤 문제나 죄가 있다고 할 수 없기에 경기장에서 활약하도록 돕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이 언급한 지도자의 역할이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혐의와 관련해 결론이 나오지 않은 선수를 감독 고유의 권한을 이용해 존중했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과 황의조가 단순히 프로팀 감독과 선수 관계였다면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태극마크의 무게는 다르다. 축구 국가대표는 엄밀히 말해 공인(公人)까진 아니더라도 공인성을 갖춘 유명인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처럼 국가나 사회를 위해 직접적인 공적 업무를 수행하진 않지만, 엄연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한 나라의 대표성을 갖는다.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6조(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에 “각급 대표팀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처분을 결정할 정도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없더라도 혐의를 받았고 더군다나 경찰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 조사를 했다면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게 마땅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선수가 나라를 대표해 뛰고 팬들의 환호를 받는 건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았다. 대표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줬다.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입장을 물어보려고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축구협회는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음주운전 전력의 이상민(24·성남FC)을 선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하차시키면서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맞지 않는 선수를 선발한 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고, 향후 행정체계 정비를 통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축구협회와 달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학교 폭력 논란이 결론 나지 않았던 최고 투수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에게 태극마크를 허용하지 않았다. 선발 기준에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과 자긍심 요소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특유의 도덕 불감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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