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4년부터 EU 역외 온실가스 배출량 50%, 역내 100% 대상 배출권 구매해야...’26년 역내·외 100%로 확대
KMI, 국내 해운기업 EU ETS 비용부담액 약 2163억-8307억원 추정
유럽항만협회, “EU 역외항만으로 화물 유출될 것”...EU 집행위, 이집트·모로코 비EU 항만 ETS 적용 제외
유럽연합(EU) 깃발 / 연합뉴스 제공
유럽연합(EU) 깃발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해운업도 내년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전 세계 해운업 전문가들은 EU ETS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이 부과될 것이라 전망하며, 해운업계의 신속한 탈탄소화를 주문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EU ETS는 EU 항만에 기항하는 5000GT 이상 선박의 온실가스(CO2, CH4, N2O) 배출량에 적용되며,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배출 허용량 설정 없이 EU 항만에 기항했을 당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배출권을 모두 구매하여 EU 당국에 제출·지불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시행 첫해인 2024년은 EU 역외 배출량의 50%, EU 역내 배출량의 100%를 시작으로 2025년 70%로 확대하고 2026년까지 EU 역외·역내 모두 배출량 100%로 규제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만일, 선주들이 EU 당국에 충분한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출하지 못한 배출량의 1톤당 1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다음 연도에 배출권으로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선박중개업자인 인터모달(Intermodal)은 최근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서 “2024년이 다가오며 해운산업은 EU ETS으로 중대한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는 업계 표준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EU ETS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5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EU ‘Fit for 55’의 중추적인 단계”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선박관리회사인 윌헴슨쉽매니지먼트(Wilhelmsen Ship Management)와 영국 선박중개사 어피니티(Affinity Shipping)가 설립한 컨설팅 기업인 헤클라에미션매니지먼트(Hecla Emissions Management)는 ETS로 적용되는 해운업계의 총배출량을 고려할 때 2026년에 84억유로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클라는 1tCO2e당 약 90유로로 계산할 경우, 2024년에는 57억유로, 2025년에는 57억유로, 2026년에는 84억유로를 지불해야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국내 해운기업은 지난 8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한나 전문연구원이 발표한 ‘IMO 시장 기반 조치 도입이 국내 해운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 ETS 비용부담액이 최소 2163억원에서 최대 8307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전문연구원은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해운산업으로 규제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IMO의 탄소세나 EU ETS 등 시장기반조치 도입 시 탄소배출량이 많은 해운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률 하락 및 탄소 저감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의 증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모달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는 효과적인 탄소배출량 관리가 중요한 지속가능성을 향한 더 넓은 변화의 일부”라며 “해운산업이 새로운 규제 시대로 전환함에 따라 강력한 지원과 지침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선급(KR) 김진형 수석 또한 “이번 조치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등 탈탄소선박 개발을 가속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이에 따라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EU의 규제는 향후 IMO 국제협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EU 이외에 미국, 중국 등에서도 추가적인 기후변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친환경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규제에 대해 미칠 파급영향을 고려하여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EU 내에서는 해운업계의 ETS 도입이 유럽항만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유럽항만협회(ESPO)는 성명을 통해 ETS가 해운시장에 적용되면, EU 역외 항만으로 화물이 유출될 것이라 우려의 뜻을 밝혔다.

ESPO는 “선박이 EU 역내 환적항에 기항할 경우, 환적항만과 다른 EU 역내 항만 간 배출량의 100%를 납부해야 하지만, EU 역외 항만에서 환적할 경우 50%만 납부하면 된다”며 “EU 역외 항만에 기항하는 것이 유리해 선박들이 EU 역내 항만으로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또한 “EU ETS으로 유럽향(向) 해운사들이 지중해 연안 EU 회원국 환적항에서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항구로 이전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만약 중국 상하이에서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해상으로 운송하는 경우, 상하이-알헤시라스 구간은 배출량의 50%, 알헤시라스-로테르담은 배출량의 100%에 달하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선박이 지중해 인근 비EU 항구에 정박한 후 로테르담까지 운항할 경우 상하이-해당 비EU 항구 구간은 ETS가 적용되지 않으며, 비EU 항구-로테르담 구간은 배출량의 50%의 배출권을 구매하면 된다.

이에 무협은 “이미 일부 해운사들은 환적사업을 비EU 지중해 연안 항구로 이전 후 해당 항구를 통해 아시아 등지의 상품을 수입한 다음 소형 선박에 환적, EU 항구에 운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비EU 환적항인 이집트의 동부 포트사이드(East Port Said)와 모로코의 탕헤르메드(Tanger Med)를 ETS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지만, 여전히 비EU 항구에 정박 후 EU에 입항할 가능성이 크다고 EU 해운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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