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3시즌 KLPGA 투어 최고 스타 이예원 인터뷰
정교함과 꾸준함 갖춘 골퍼
’T 유형’의 계획적인 골퍼
이예원.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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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이예원(20)에게선 ‘똑순이’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골프웨어 컬러를 자신에게 어울리게 배치해 개성 있으면서도 말쑥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티 박스 등 필드에서도 절제된 표정과 움직임으로 신예답지 않은 성숙함을 보여준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163cm)에도 올 시즌 투어에서 대상(651점)과 상금왕(14억2481만7530원), 최저타수상(70.7065타)을 석권한 비결이기도 하다.

이예원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도 막힘없이 똑 부러진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나아진 한 해를 보내는 게 목표였는데 퍼트 등이 좋아져 성적도 만족스럽게 잘 나와줬다. 스스로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부족한 10점은 내년과 그 이후에 더 채우고 싶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정교함과 꾸준함 갖춘 골퍼

피지컬이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비거리보다 정교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게 이예원의 설명이다. 그는 “정교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비거리도 중요하지만 정교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쇼트 게임이나 짧은 아이언샷에 집중한 결과 올해 성적이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데뷔 시즌부터 펄펄 날았던 건 아니었다. 지난 시즌 신인상을 거머쥐긴 했지만 ‘무관’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작년엔 경험이 없다 보니 우승권에 가면 긴장을 많이 해서 제 플레이를 못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러한 실수를 토대로 멘탈을 잘 잡고 플레이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3관왕으로 임팩트가 컸지만 꾸준함도 그의 강점이었다. ‘톱10’ 피니시율이 44.8276%에 달했다. 29개 대회에 출전해 3차례 우승을 포함, 총 13회나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기복이 적다’는 말에 그는 “매 대회 같은 마음가짐으로 나선다. 첫날엔 예선 통과를 목표하고 이후엔 ‘톱10’ 진입을 목표로 플레이한다”고 했다.

꾸준함 덕분에 강남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 14억 원 이상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과세표준구간을 대입했을 때 세금으로만 절반 가까이 떼이지만, 누구든 쉽게 가질 수 없는 돈을 손에 넣었다. 갓 스무 살의 나이를 고려하면 더 놀랍다. 상금 활용 계획에 대해선 “아직 어떻게 쓸지 모르겠다. 부모님께 맡겨뒀다. 저축도 하고 좋은 일에도 쓰고 싶다”고 전했다.

이예원은 8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늘 골프 중계를 봤다. 이예원은 “중계를 보다 보니 직접 해보고 싶었다. 최나연(36) 프로님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세계랭킹 2위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멋있어 보였다”고 떠올렸다.

이예원. /KLPGA 제공
이예원. /KLPGA 제공

◆’T 유형’의 계획적인 골퍼

이예원은 어린 나이이지만 자신에 대해 꽤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본업을 할 땐 완벽주의 성향의 기질을 발휘한다. 그는 “더 어렸을 땐 휴대전화를 아예 보이지 않게 치우고 훈련했다. 물론 지금도 연습할 때 뒷주머니 넣어두고 그러지 않는다. 꼭 골프백에 넣어놓고 연습한다. 연습할 때 휴대전화를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최대한 안 보려고 하지만 옛날보단 덜하다”고 고백했다. 방 정리 정돈도 마음먹고 다해야 하는 성격이다. 그는 “옷도 무난하고 깔끔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 골프할 때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해보면 ESTJ가 나온다. ‘엄격한 관리자’ 유형이다. 장점은 골프할 때 냉정하게 판단하게 되는 점이다. 하나라도 틀어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골프를 할 땐 도움이 많이 된다”며 “물론 T 유형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데 그래서 친구들이 가끔 서운하다고 하더라”라고 웃었다.

이예원은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여가시간이 생기면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짧게 여행을 다녀온다. 이번에도 친구들과 2박3일 일본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물론 비교적 짧은 휴식이다. 그는 “오래 하는 여행을 좋아하진 않는다”며 “이후 체력 훈련도 같이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겨울전지훈련 계획을 묻자 “내년 1월 6일에 호주로 간다. 롱아이언샷을 정교하게 구사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할 예정이다. 쇼트 게임은 좋아졌다고 해도 안 하면 감각이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퍼트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예원. /KLPGA 제공
이예원. /KLPGA 제공

이예원은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보내는 게 목표다. 타이틀 부분에선 다승왕을 해보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이어 “아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경험해 보지 않아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우선 내년에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있으면 출전해 보려 한다. 제가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 구체적인 목표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예원은 “매 순간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골프든, 인성적으로든 처음에 했던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골프 연습하러 지금 막 연습장에 도착했다”는 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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