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뛰어난 멀티 소화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 증명
아시아 최초로 내야수 골드글러브 수상
2024년 목표는 타격 능력 향상… 새 소속팀에서 기량 증명 가능성도 거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어썸(awesome·놀라운)킴’이란 별명처럼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2023시즌은 놀라웠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며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김하성은 2021년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MLB의 벽은 높았다.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117경기 타율 0.202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6도루를 기록하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기회가 찾아왔다.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4)가 부상 및 약물 복용 징계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강점인 수비력을 앞세워 조금씩 주전 자리를 꿰찬 김하성은 150경기 타율 0.251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의 기록으로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은 위기를 마주했다. 샌디에이고가 스타 유격수 잰더 보가츠(31)를 영입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김하성은 수비 위치를 바꿔야 했고 상대적으로 낯선 2루에서부터 3루, 유격까지 커버해야 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올해 2루수(101경기)로 주 포지션을 변경한 뒤 3루수(30경기), 유격수(18경기) 등 1루를 제외한 모든 내야를 책임지며 뛰어난 멀티 소화 능력을 증명해 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특히 김하성은 공격력에서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152경기에서 타율 0.260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를 마크했다. 빅리그 커리어 하이 기록을 써냈다. 잘 치고 잘 달리는 ‘호타준족’으로 MLB를 매료시켰다. 홈 경기에서 김하성이 도루를 할 때면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 운집한 4만여 관중은 ‘어썸킴’을 외치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수비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로 샌디에이고 내야의 핵심으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김하성의 실책 수는 총 7개에 불과했다. 스탯캐스트를 통한 최신 수비 지표인 OAA(Outs Above Average·0이 평균)에서 2루수로 나온 경기에서 +7을 기록하며 평균 이상의 뛰어난 수비를 보여줬다.

활약에 힘입어 김하성은 지난달 6일(이하 한국 시각) 발표된 2023 MLB 양대 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 명단에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황금 장갑 수상자로 호명됐다. 그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한국 선수 최초로 MLB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건 스즈키 이치로(2001∼2010년 10년 연속 수상) 이후 김하성이 처음이다. 이치로의 포지션이 외야수였으니, 아시아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건 김하성이 최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는 빅리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편견을 깼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오프시즌에도 김하성의 이름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MLB닷컴은 25일 ‘올 시즌 깜짝 활약한 스타’를 선정했다.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나 올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8명의 선수를 소개했다. 김하성은 4번째 순서로 이름을 올렸다. MLB닷컴은 “김하성은 팀 내 경쟁을 이겨내고 굉장한 활약을 펼쳤다. 시즌 내내 불안정했던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은 꾸준하게 기여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최우수선수(MVP) 표(10위 표 5장)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2023년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 해내는 데 성공했다. 증명은 2024년에도 계속된다. 키워드는 ‘꾸준함’이다. 김하성도 내년에 자신에게 주어질 과제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달 MLB 골드글러브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포지션에 상관없이 계속 골드글러브를 받고 싶다. 1년 반짝 잘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생각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하성의 2024년 목표는 타격 능력 향상이다. 올 시즌 전체적인 타격 지표를 모두 끌어 올렸지만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다. 그는 “타격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신 있게 한 시즌을 치르려고 한다. 타격 완성도를 높여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연합뉴스

김하성은 2024년에 새 소속팀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 그는 현재 샌디에이고의 잠재적 트레이드 매물로 분류되어 있다. 김하성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선수단 연봉 감축 기류와 맞물려 트레이드설이 점화되고 있다.

김하성은 2024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잔류 계약할 의지가 없다면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올 시즌 가치가 뛰어오른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려고 할 수도 있다. 만약 김하성이 샌디에이고를 떠난다면 내년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의 MLB 개막전에서 김하성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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