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혜성. /키움 제공
키움 김혜성. /키움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메이저리거 사관학교’로 통한다. 전신 넥센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 강정호(은퇴), 박병호(현 KT 위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4명이 히어로즈에서 뛰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진출했다. 역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프로야구 선수(8명) 가운데 절반이 히어로즈 출신이다.

이제 김혜성(25)이 영웅군단 출신 빅리거의 명맥을 이으려 한다. 키움은 16일 "이날 오전 김혜성이 고형욱 단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구단은 내부 논의를 통해 도전 의사를 밝힌 선수의 뜻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혜성은 "큰 무대에 대한 도전 자체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팀에서 지지해 주시는 만큼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서 "늘 하던 대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현 키움)에 2차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된 김혜성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 키움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타율 3위(0.335) 안타 2위(186안타), 득점 2위(104득점)에 오르며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김혜성은 홈런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20시즌과 지난해 기록한 7홈런이고 통산 홈런 수도 26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타력 약점을 상쇄하는 기동력과 콘택트 능력을 갖췄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타율 0.300(3252타수 877안타)을 올렸고, 6시즌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출루 능력도 갖췄다. 2018년 신인 시절에는 볼넷률이 7%, 삼진율이 25.2%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볼넷률이 9.2%, 삼진율이 12.4%로 개선됐다. 3년 연속 삼진율 15% 이하를 기록했다.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 /키움 제공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 /키움 제공

미국 현지 매체도 김혜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MLB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트레이드루머스는 17일(한국 시각) 김혜성의 빅리그 도전 소식을 전했다. 이 매체는 "파워가 부족하다는 점이 MLB 시장에서 김혜성의 매력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타석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왼손잡이 타자다. 다음 겨울에는 스피드와 콘택트 능력을 갖춘 2루수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타격, 수비, 주루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춘 점과 20대 중반에 불과한 어린 나이는 MLB 구단들이 김혜성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요소다. 다만 올 시즌 타격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이정후처럼 타격왕을 차지한 적도, 출루율 4할과 장타율 5할을 달성한 적도 없다.

유격수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도 김혜성의 숙제다. 그는 2021시즌 유격수로 뛰었으나 리그 유격수 중 가장 많은 실책(29개, 2루수 실책 6개)을 범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김혜성은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에 다시 도전한다. 유격수 자리에서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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