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한스경제/ 이호근 대덕대 교수] 필자는 2024 CES에 다녀오면서, 평생 처음 겪는 경험을 여러 가지 했다. 우선은 초유의 비행 결항 사태를 경험했고, 이어서 외국항공사의 경우 결항에 대한 소비자 보상 등의 대책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랬다. 월요일 저녁 출발 예정이던 하와이안항공이 기장의 건강상 이유로 결항 된다는 통보를 탑승구에서 알게 되었고, 비행기에 타보지도 못하고, 입국수속 후 항공사가 마련한 공항 인근 호텔로 이동해 체크인했다. 흰 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하는 처량한 분위기 속에서, 공항에서는 분명 저녁식사를 제공한다고 해 놓고는 저녁 9시 반이 넘어서 불가능하다고 호텔로부터 전해 들었다. 항공사 관계자는 아무도 나와 있지 않고, 전화로 문의할 곳도 전무한 상태라 일부는 룸서비스를 통해 개인비용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학생들 대부분은 굶고 말았다. 

다음날 11시 출발 비행기에 서둘러 탑승 후,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디아이싱(Deicing)을 하는 동안, 대다수 승객은 잠이 들었고, 12시 반경 깨어 보니, 아직도 인천공항에서 시동만 켠 채로 대기 중이었다. 불안한 생각은 늘 현실로, 1시경 기장의 근무시간 기준 초과로 이륙 금지라고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기내 방송이 거짓말로 느껴졌다. 필자는 기내 방송과 승무원의 설명 등을 녹화해서 방송국에 제보했고, 그날 저녁 인근 호텔에서 하와이안항공 사태를 눈으로 지켜봤다. 결국 수요일에 출국했고, 라스베이거스 도착 후 부랴부랴 일정을 소화한 후, 일요일에 귀국했다. 오는 일정도 비행기 연결편 때문에, 하와이에서 7시간을 대기했다. 결론은 CES 출장이 인천 2박 3일, 라스베이거스 2박 3일, 하와이 1일의 여행사 패키지여행처럼 변질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라스베이거스에서 감상한 ‘2024 CES’의 화두는 AI였다. AI에 모든 기능을 얹겠다는 의미인 'ALL On'을 캐치프레이즈로 전 세계 4,300개 전시 업체가 참여했는데, 1,400여 스타트업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로 AI와의 융합을 통해 혁신된 최첨단 기술들을 선보였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150개국에서 13만여 명이 관람해, 지난해에 비해 전시 규모는 40%, 관람객은 20% 이상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 AI, 컴퓨터 장비, 콘텐츠, 사이버 보안, 디지털 건강, 드론, 핀테크, 로봇, 스마트시티, 환경, 운송수단 등 29개 전 분야에서 혁신상을 휩쓸어 큰 성과를 보였다. 13만명에 달하는 관람객 중 1만3000명 정도가 한국인이라는 언론 보도 내용을 실제 현장에서는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주로 한국어만 사용하고 돌아왔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필자가 몸담은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는 추세이다. 작년까지 CES는 전자제품 행사가 아닌, 모터쇼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제작사들이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여왔다. 올해의 경우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방향 제시가 주요 키워드라고 하겠다. 물론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임에도 불구하고 GM, 포드 및 크라이슬러가 모두 불참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독일의 제작사들도 AI 도입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챗GPT를 적용한 지능형 음성비서 서비스를, 벤츠도 AI가 도입된 음성인식 서비스를 선보였다. BMW는 아마존의 알렉사를 활용한 개인비서를 선보이면서, 하드웨어에 대해 점차 수렴한다고 느끼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이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구도를 선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플랫폼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삼성전자가 개발한 프로세서에 기초한 현대차의 AI 서비스가 어떨지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현대차그룹이 미래의 키워드로 언급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Software-Defined Vehicle)는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성능 위주로 개발됐던 차량을,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차량이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부터, 개발자의 관점은 최적의 소프트웨어 구축이 목적이 되는 것이다. 즉 바퀴 달린 컴퓨터 혹은 휴대폰이 된다고 보면 된다. 

자동차는 단순 이동성을 제공하던 단계에서,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한 이동수단(Connected Mobility),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이동수단(Clean Mobility),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수단(Freedom in Mobility)의 세 가지 키워드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차량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로 SDV 제시하고 있다. 결국은 IT 기업과의 협업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 것이다. 

이번 CES에서 모비스, 현대차 그리고 기아는 다양한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를 선보이며, 단순 기술에서부터 개념 그리고 향후 사업의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아는 목적 기발 차량(PBV)을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보고, 2025년경 실제 출시를 언급하고 있다. 현대차는 eVTOL 즉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를 공개하고 플라잉 카를 미래사업으로 점찍었다. 현대차그룹은 전시장 일부를 수소테마로 꾸며 수소전기차를 미래 친환경차의 한 축으로 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방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각종 성능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전기차와 비교되곤 한다. 필자는 5년째 수소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족도 면에서 전기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대전이라는 수소충전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보급된 수소전기차가 적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충전이 바로바로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겨울처럼 혹독한 추위가 반복될 경우, 주행거리가 절반 미만으로 줄어드는 전기차와 같은 치명적인 결함이 매우 적다는 것은 지역 제한 없이 판매 및 운행이 가능한 이동수단으로 제격이다. 문제는 수소를 어떻게 만드냐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시로 만들어진 잉여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보관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폐플라스틱 등의 재활용 자원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호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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