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한스경제/ 이호근 대덕대 교수] 주식시장에서 이차전지의 인기는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까운 양상을 보였다. 그 배경으로 여유자금의 안정적인 투자처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이차전지 회사들 주가를 반영한 기업가치가 수십 년 영업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과대평가 되고 있어서,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이 늘 존재한다. 실제 주식시장의 반응은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기술적인 평가와는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 대표적인 회사로 필자는 테슬라를 꼽는다. 필자는 아직도 테슬라를 마케팅 전략의 승리자라고 보고 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자동주행 기술이나 테슬라의 차량 품질에 대해서는 불만이 아주 많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품질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서학개미라고 불리는 해외투자자들의 가장 대표적인 투자처가 테슬라다. 필자도 테슬라를 폄훼할 시간에 주식을 사뒀더라면 크게 재미를 봤을 것이다. 이차전지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부분과 시장성 그리고 회사의 잠재적인 수익성을 비교하면, 절대로 다다를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기술과 그 분야에 대한 식견이 승패를 가르지 않는다는 증거다. 다른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예측이 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지 언급해 보자. 양극재 선두주자로는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을 꼽을 수 있다. 음극재 핵심 소재인 동박은 SK넥실리스가 글로벌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기업이 2위이다. 분리막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중국에 이어 2위를 마크하고 있다. 배터리는 NCM 즉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율에 따라 622 등으로 불리는데,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지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을 위해 수산화리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이 분야에 대해서 한국이 상당히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준비하는 기업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불허한 사실이 있다.

예전 필자의 칼럼에 전기차 배터리 전쟁의 서막이 보인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것이 도화선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2025년을 기준으로 배터리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그 배경은 대규모 전기차 제작사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자사 수익률을 올리려는 계획을 속속 발표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이슈로 인해 홍보 및 마케팅 비용을 아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프로모션이나 광고비로 5% 정도를 사용한다고 하면, 당장 영업이익률이 3%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차량 가격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다른 회사에서 계속 사다 쓸 이유가 없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고민이 존재한다. 과연 앞으로 계속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전 세계 15억대의 차량이 언젠가는 모두 전기차로 바뀌는 시대가 올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다. 만약 완성차업계가 너도나도 배터리 내재화를 준비한다면, 배터리 생산량은 수요량을 초과하게 되며 가격은 폭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중국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1,500GWh인데, 중국내 수요는 636GWh로 4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중국 공장 가동률은 45% 수준으로 세계 평균인 75~85%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가격 인하, 감산이 이어지고 있다. CATL은 올해 3분기부터 일부 기업에 배터리 가격을 약 15% 싸게 공급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이들 기업의 배터리 구매량 중 최소 80%를 CATL로 채운다는 조건을 달았다.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을 한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 밀도면에서 LFP보다 유리하다. 특히나 스포츠카와 같이 고출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월등한 성능을 보인다. 내구성이나 저온 특성도 삼원계가 유리하다. 다만, 가격 경쟁력 그리고 화재위험성 등에서는 LFP가 유리하기 때문에, 충전소가 많이 보급될수록 LFP의 인기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성능 비교보다도 심각한 것이, 중국이 원소재 확보를 통해 한국기업의 탈중국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나트륨배터리 등 소재의 다양화를 통한 탈중국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가격이다. 전기차에 관심이 큰 얼리어댑터들은 이미 전기차 구매를 다 했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대중화를 통한 지속적인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타이밍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운용비 등 경제적인 부분을 꼼꼼히 따진다. 결국 상품성이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서둘러 반값 전기차 출시를 선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들어 전기차 보급이 주춤하고 있다. 각 지자체 보조금 소진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지속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확대와 관리,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며, 이에 수반되는 간헐성 문제는 원전을 활용해 해결해야 한다. 다양한 충전요금과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효율성에 따른 변동요금제 그리고 ESS 및 지역별 전력공급망 확충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호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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