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헌진 로지올(브랜드명 생각대로) 대표이사 / 로지올 제공
채헌진 로지올(브랜드명 생각대로) 대표이사 / 로지올 제공

[한스경제=이수민 기자] "로지올(브랜드명 '생각대로')은 20년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설립된 회사라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퀵커머스 열풍이 불던 시기에도 무리한 신사업에 도전하지 않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이 시장을 읽는 통찰력에 있었습니다." 

채헌진(51) 생각대로 대표의 말 그대로다. 퀵서비스 배달기사에서 국내 대표 배달대행 플랫폼 대표에 오르기까지 약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축적된 '경험(현장)의 힘'은 그의 가장 큰 동력이 됐다. 우리나라 배달대행 산업의 기반을 마련한데 이어 독보적인 '배달중개' 노하우로 꾸준히 기업 경쟁력을 키워오고 있다. 

주식회사 로지올이 운영하는 생각대로는 배달대행업계 최초로 지점간 주문과 라이더를 공유하는 '공유콜'을 도입한 배달 중계 플랫폼이다. 연 주문 수는 평균적으로 약 1억5,000만 건, 월 평균 주문 수는 약 1,300만 건에 달한다. 2021년 10월 채헌진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한 후 라이더 안전 TF 구성, 고고로 EV 사업 등을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다.  

◆ 현장에서 직접 겪은 '불편함'...배달대행 산업의 근간이 되다 

채헌진 대표는 현장은 물론 실무 경험에도 능통한 배달업계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청년시절에는 갈비집, 포장마차, 호떡 장사, 김치 장사 등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생계 전선에서 고군분투 해왔다. 2004년 3월 퀵서비스 기사를 투잡으로 선택하며 처음으로 배달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채 대표는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사였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앱이 없었던 시절이라 이미 아는 길이 아니라면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길눈이 좋은 라이더보다 많이 배달할 수 없더라. 기사들 중에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데 나보다 늦게 나와서 일찍 들어가는 라이더가 더 많이 배달하고 더 높은 수익을 올릴 때 가장 속상했다"고 말했다.  

길치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채 대표는 대구시 지도를 전부 출력해 외우고 코팅해서 오토바이 앞에 붙여두고 숙지했다. 성실함과 집념으로 배달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던 중, 로지올의 모회사 인성그룹의 황인혁 회장과 연이 닿아 퀵서비스 프로그램 기획과 영업 직무에 뛰어들게 됐다. 

채헌진 로지올(브랜드명 생각대로) 대표이사 / 로지올 제공
채헌진 로지올(브랜드명 생각대로) 대표이사 / 로지올 제공

채 대표는 "배달기사 이전에 전산학과를 나왔고 IT회사를 창업한 적도 있었다. 전문 개발자까진 아니더라도 개발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경험에 기반한 기획을 담당하고 전문 개발자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게 됐다. 배달기사로 일했을 때 느꼈던 아쉬운 점과 디지털화가 필요한 부분을 황인혁 회장, 최현환 인성데이타 대표에게 적극 공유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07년 인성그룹 황인혁 회장과 함께 라이더와 관리자에게 필요한 기능들을 기획하여 인성 퀵서비스 중계 프로그램을(소화물 배송중계 프로그램) 탄생시켰다. 대표 기능은 네비게이션, GPS 관제, 실시간 자동 정산 시스템 등이었다. 

채 대표는 "인성 프로그램 등장 이전에 국내 퀵서비스 시장은 전화 접수와 장부 기재 등 수작업을 통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이러한 퀵서비스 시장에 IT를 접목시켜 획기적인 변화를 준 것이 인성데이타의 퀵서비스 중계 프로그램이다. 또 인성데이타가 꾸준히 업데이트한 인성 프로그램이 결국 오늘날 '생각대로 프로그램'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 계신 기사분들의 의견을 취합해 업데이트에 반영하고 개발-테스트-피드백의 과정을 수백, 수천 번 무수히 반복하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형성된 구조가 지금의 모든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근간이 됐다.  

로지올 제공
로지올 제공

◆ 배달시장 핵심은 '우수한 라이더'...수익 극대화 노력 집중  

채 대표는 배달시장의 핵심을 '우수한 라이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라이더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그들의 '수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내 우수한 배달 라이더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배달 라이더분들의 수입이 증가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이를 달성하는데 음식점주분들이나 소비자분들의 희생이 동원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저희는 상생 시스템 안에서 라이더분들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배달대행 플랫폼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신사업에 보수적이었던 로지올이 지난해부터 계열사 '닷스테이션'과 손을 잡고 전기바이크 보급사업을 적극 추진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라이더의 고정비-유지비 지출을 줄여 실질소득을 상승시키고자 시작하게 됐다. 

◆ ESG·라이더 모두를 고려한 선택...전기 이륜차 사업도 '순풍'

실제로 로지올은 현재 1,200개 이상의 생각대로 지역사업자와 64,000명 이상의 라이더를 대상으로 전기 이륜차 교체를 독려하고 있다. 대만의 전기 스쿠터 제조업체 고고로의 전기 이륜차로 차량을 교체한 라이더는 배달에 최적화된 구독형 요금제와 저렴한 리스비를 통해 내연기관 이륜차 대비 월 25~30만 원의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전기 이륜차가 아직까지 국내에 활성화 되지 않은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채 대표는 "수요 부족에는 5~6년 전 고객 경험의 실패가 작용했다고 본다. 당시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의 전기 이륜차들이 각종 시범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라이더들은 일본산 내연 오토바이와의 현격한 기술력 차이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전기 이륜차에 대한 편견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 편견을 타파할 성공적인 고객 경험이 많아진다면 국내 전기 이륜차 수요도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고로를 택한 이유도 바로 이 '성공적 고객 경험'에 있다. 고고로는 '전기스쿠터계의 테슬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결국 전기 이륜차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성능적인 측면, 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으로 인해 자연스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기대했다. 

고고로 공식 스테이션 / 로지올 제공

로지올은 올해도 고고로 전기 이륜차 보급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추가로 설치하고 고고로 전기 이륜차 판매 확대하는 방향으로 닷스테이션과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향후 신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채 대표는 "푸드-소화물 통합 배송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는 음식 배달 라이더에게 통신사 유심이나 화장품을 배송 받고 택배나 퀵을 통해 화물이 아닌 신선식품 등을 배송 받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필요에 맞추어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헌진 로지올(생각대로) 대표 프로필>

◈학력 사항
1997.02 대구공업대학교 전자계산학과 졸업

◈경력 사항
2021.09~ 로지올 대표이사
2005.11~2021.08 인성데이타 영업부/이사 
2004.03~2005.10 빠른발퀵서비스 배달기사
 
◈수상 내역 
2022 제30회 물류의날 기념식'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 수상
2023 '2023 벤처창업진흥유공 포상' 벤처 활성화 분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수상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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