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오른쪽)가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T 구단과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뒤 나도현 KT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구단 제공
고영표(오른쪽)가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KT 구단과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뒤 나도현 KT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구단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의 에이스 고영표(33)는 25일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KT 선수로는 처음으로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맺은 것이다. KT 구단은 이날 “고영표와 계약기간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고영표는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KT의 창단 멤버로 합류했고, 2018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제대 후 복귀한 2021시즌부터는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2023시즌엔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의 성적을 거뒀다. 

KT는 2023시즌이 끝난 뒤 고영표와 다년계약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본격적인 다년계약 논의가 시작됐고,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을 차린 끝에 계약에 이르렀다. 고영표는 대졸 투수로는 처음으로 ‘100억 원의 사나이’가 됐다. 그는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팀에서 제 가치를 높게 평가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KT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서 기분 좋고, 많은 책임감이 따른다. KT 팬들이 저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데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애초 고영표는 2024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선발투수가 금값인 KBO리그 특성상 FA 시장에 나가면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팀에 대한 애정이 컸던 고영표는 큰 고민 없이 KT에 남았다. 고영표는 “KT는 신인 때부터 함께한 팀이다. 이 팀에서 꼴찌도 해봤고, 우승도 해봤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팀과 함께 상장했다. KT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FA 시장에 나가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제가 그동안 몸담았던 KT에서 계속 뛸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강철(58) KT 감독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고영표는 군 제대 후 복귀한 2021시즌 레전드 언더핸드 투수 출신 이 감독을 만나 기량을 만개했다. 고영표는 “이 감독님이 저와 같은 언더핸드 투수 출신이시고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아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3년 동안 기회를 주시고 많이 도와주셔서 제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잘해서 감독님을 돕고 싶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영표의 별명은 ‘고퀄스(고영표+퀄리티 스타트)’다. 선발 등판할 때마다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밥 먹듯이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고영표는 2021~2023시즌 매년 QS 21회를 달성했다. QS는 고영표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그는 “앞으로도 선발로 뛰는 동안에는 매년 QS 20회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 마운드에선 항상 6이닝 이상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던진다”며 “QS 관련 기록 많이 쌓고 싶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종신 KT맨으로 남게 된 고영표는 구단 첫 영구 결번 후보로 꼽힌다. 고영표도 자신의 등번호가 수원 KT위즈파크에 걸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영구결번 선수가 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5년 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영구결번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팀이 우승해야 하고 타이틀 홀더도 해야 할 것 같다. 제 등번호가 야구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리겠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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