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래 15년간 전력수급계획 수립 앞두고 에너지믹스 이견 분출
윤 대통령 “민생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 계속 발전”
민주당 “RE100 달성 필수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
국가 에너지믹스를 좌우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에너지 업계‧관계자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 에너지믹스를 좌우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에너지 업계‧관계자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국가 에너지믹스를 좌우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재생에너지 업계‧관계자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전기본은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믹스를 설계하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으로 향후 국가 전원 비중을 결정해 여론전을 통해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 적용되는 제11차 전기본 초안은 당초 작년 12월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1월로 밀린데 이어 현재로서는 2월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와 재생에너지 업계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구도로 한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의 장점을 먼저 부각시켜 초안이 공개됐을 때 충격은 완화하고 향후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본에 따른 2030년 주요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전 32.4%, 석탄 19.7%, 액화천연가스(LNG) 22.9%, 신재생에너지 21.6%로 구성돼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8.6%포인트 낮아지고, 원자력 발전 비중은 8.5%포인트 늘어났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수요 전망에 따른 적정 에너지 믹스를 놓고 각 위원들 간 이견이 발생하고 있어 초안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규원전 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 비중 확보 총력전…원전과 재생에너지 기싸움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논쟁에 대한 포문은 윤 대통령이 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하나 까는데 1.3GW의 원전 1기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해 원전은 필수로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며 신규원전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기지사는 18일 SNS 라이브방송을 통해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며 원전으로 충당하겠다는 얘기는 정말 글로벌 트렌드나 내용을 잘 모르는 무식한 얘기”라며 “원전은 RE100에,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수출 품목들 수출길이 막힌다”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원전은 RE100에,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수출 품목들 수출길이 막힌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지사는 “원전은 RE100에,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수출 품목들 수출길이 막힌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말과는 반대로 원전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 첨단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 RE100에 따라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져야 애플, 구글 등 주요 수요자에게 반도체를 팔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문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의 에너지 전환이 늦어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며 “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원전으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반도체 사업은 안중에도 없는 원전 사업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쟁에 에너지 업계에서는 제11차 전기본의 전원구성 기준을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RE100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RE100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RE100을 납품요건으로 요구받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전기차 섀시와 모터 부품을 제조하는 한 기업은 최근 스웨덴 볼보로부터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해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해 납품 계약이 최종 무산됐다. 경기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3%가 고객사로부터 ESG 또는 RE100 요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RE100 대응력 약화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는 재생에너지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기본 초안에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상향해야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대응하고 수출에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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