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 팀장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 팀장

[한스경제/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팀장] 올해 1월 중순쯤,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지난 2023년이 다른 해와 비교하였을 때 엄청난 차이로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해를 기록하였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WMO가 분석한 6개의 주요 국제 관측 데이터세트에 따르면 2023년 전 지구 연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45℃± 0.12℃가 상승하였으며 지난해 중반 이후 엘니뇨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해수온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기상청에서도 지난해 우리나라 기후상태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전 지구에 이어 우리나라도 2023년 연평균기온이 평년(12.5±0.2℃)보다 1.2℃ 높은 13.7℃로 역대 1위를 기록하였으며, 종전 1위였던 2016년보다도 0.3℃ 높았다고 하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과 9월에 평년 대비 각기 3.3℃와 2.1℃가 넘는 기온을 보여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3월과 9월을 기록하였으며 전체 12개의 월 중에 9개의 월평균기온이 평년 기온을 초과하였다.
   
작년 한 해의 기온은 말 그대로 1.5℃ 온난화에 다다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소 체험하게 한 것이다. WMO에서 발간하는 연~10년 규모 기후전망보고서(WMO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에 의하면, 2023~2027년 이내에 최소한 한 해에서 1.5℃ 온난화에 도달하게 되는 가능성은 약 66% 정도로서 이는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 1.5℃를 일시적으로 초과할 가능성이 0에 가까웠던 2015년 이후 현재의 온난화가 얼마나 빠르게 가속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즉, 1.5℃ 온난화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는 매년 그 수치가 높아져 2017~2021년 사이에 1.5℃ 온난화를 보이는 해가 있을 가능성이 약 10%였던 것에 비해 최근의 예측 결과는 그 가능성을 6배 이상 더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IPCC 보고서 등 다양한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온난화는 극한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켜 재난재해를 증가시킬 것이다. 따라서, 2015년 파리협약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1.5℃ 및 2℃ 온난화로의 제한 의지를 천명하였으며 2021~2023년에 걸쳐 발간된 IPCC 제6차평가보고서는 온난화 완화를 위한 지금 당장의 기후행동을 촉구하였다.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 행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난화 수준이 2℃ 또는 5℃ 정도 다다른 시점으로부터 1년에 1% 정도의 탄소 감축을 가정한 기후실험에서 과거의 안정된 기후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시점은 적어도 10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 온난화 시점에 다다른 후에 감축을 시작하는 경우 기온과 강수의 완화 시기는 감축 시작 시기와 일치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약 3~10년 후까지 지속해서 상승하다가 그 이후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5℃ 온난화로부터 감축을 시작하는 경우는 9~21년 정도의 시간 지연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5℃ 온난화 수준에서부터 감축을 시작하는 경우는 수백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기후 수준까지 되돌아오지 못하고 1~2℃ 정도의 온난화가 남아있는 기후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기후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난화 수준을 최대한으로 낮추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기후는 제자리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빠른 시기에 시작된 강도 높은 탄소 감축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기후 상태로 되돌아오기 위한 열쇠이다. 결국 기후회복력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우리의 기후행동에 달려있다.

 

 

변영화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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