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

[한스경제/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팀장]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현재 제주와 남부지방을 오르내리는 장마는 일부 지역에 시간당 50mm가 넘는 호우를 동반하며 산사태, 홍수 등의 재해 위험을 가중시켜 혹시 모를 피해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으론 이렇게 장마가 시작된 지금, 인도나 멕시코 등 전 세계 곳곳 여러 나라들에서는 발발한 기록적인 고온현상 및 인명피해에 대한 보도는 여름철 폭염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게 한다. 이렇듯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호우와 폭염 현상 등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기후위기란 단어와 함께 우리에게 친숙해질 정도다.

사실 이상기후 현상은 자연적인 기후시스템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이상기후는 평균적 기후상태로부터 좀 떨어진 양극단의 현상들을 말하며, 기상청은 기온 또는 강수 등의 자료 분포에서 상위 또는 하위 10%를 넘는 상태를 이상기후라 지칭한다. 

예컨대 1981년부터 2020년 동안의 서울 8월 일최고기온의 분포를 보자. 40년 동안의 일최고기온 약 1,240개의 자료는 약 30℃의 평균값을 보인다. 하지만 일최고기온의 순위를 매겨 살펴보면 이상고온이라 말하는 상위 10%의 일최고기온은 34℃로 나타나고, 2018년 8월 1일 39.6℃의 기록은 상위 1% 정도에 위치하는 값으로서 이상고온의 대표적 현상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후위기와 연계되어 주목할 점은 지구가 온난화되면서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2020년 10월에 세계기상기구(WMO)가 발간한 ‘기후서비스 2020’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9년의 기간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홍수, 가뭄, 폭염, 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건수는 약 1만1000여 건에 달한다. 여기에 2010년대의 재난 건수는 1970년 대비 약 5배 정도 증가하였고 경제적 손실은 7배가 증가했다. 결국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이상기후 현상을 증폭시켜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빈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더욱이 매년 세계기상기구에서 발간하는 전 지구 기후보고서 및 최근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후 약 1.11℃ 증가하였으며 온난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 2023~2027년 내에 최소한 한 해에서 1.5℃ 온난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약 66% 정도라고 한다. 이는 올 3월에 발표된 IPCC 제6차평가보고서의 종합보고서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되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이라는 결과와 유사하다. 때문에 IPCC는 지구온난화의 심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의 증가와 이로 인한 손실 및 피해의 경감을 위해서는 이번 10년의 기후 행동이 매우 중요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기후와 연관된 위험도는 지구온난화의 규모와 속도, 지리적 위치, 취약성 수준 및 그 사회의 적응과 완화 옵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미래에 발생가능한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범분야적 기후변화 완화가 필요하다. 또한 1.5℃ 온난화가 2℃ 또는 3℃ 온난화보다 상대적으로 기후 위험도를 감소시킨다고 해도 건강, 생계, 식량안보, 물 공급, 국가 안보 및 경제 성장 위험도는 여전히 현재보다 더 증가하게 된다. 이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노력 또한 필요하다. 탄소중립 사회를 선언한 우리나라도 제도적인 역량 강화, 사회 각 분야에서의 원활한 소통과 참여를 통한 사회경제 구조의 재편 인식 공유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이 시급하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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