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

[한스경제/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팀장] 인류가 수렵과 채취의 생활에서부터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보인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정착 생활이 시작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농경을 통해 잉여 농산물이 생겨남에 따라 농산물을 비축하고 관리할 곳이 상시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수요는 곧 그 주변의 인구 밀집도 증가와 함께 다른 정착지와의 교류 활성화와 연계되어 갔다. 특히 인구가 밀집되면서 어떤 지역은 그 주변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어 갔으며 이렇게 수천, 수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곧 ‘도시’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렇듯 도시는 자연 생태와는 다르게 인류가 지금껏 만들어 온 유산들의 집합체가 되어 갔으며 수 세기에 걸쳐 도시는 점점 확장되고 발전해 갔다. 

하지만 지구 전체의 면적을 비교할 때 실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 2019년 IPCC가 발간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는 전체 도시의 면적은 지구 토지 면적의 약 1% 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의 면적은 주로 경작지(12%), 목초지나 관목지(37%), 조림지(22%) 그리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생태계(28%)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면적에 불과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 약 35억명에 달하고 있으며 앞으로 도시 거주 인구는 2030년 무렵엔 약 50억명, 2050년엔 약 63억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인구 천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메가씨티(megacity)의 경우, 메가씨티의 면적은 전체 지구 면적의 0.2% 이하이지만 지구상 인구 10명 중 1명이 거주할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으며 도시 내 빈민가의 거주 인구는 전체적으로 약 9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도시는 인구의 집중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불편함을 함께 안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 GDP의 약 60%에 기여하고 있는 도시는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전 지구적 탄소 배출량의 약 70%를 배출함과 동시에 전체 에너지의 60~80%를 소모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 또한 인구의 집중으로 인해 도시민 사이에 불평등이 심화할 뿐만 아니라 도시 내 거주 인프라와 관련하여 열파, 홍수, 가뭄, 폭풍해일 등 극한 기후와 대기오염, 생태, 보건 등 자연재해 및 기후변화에 취약성을 나타낸다. 한편으로는 도로나 건물 등의 도시 인프라는 자연 생태와는 다른 인위적이고 불균질한 지표 조건을 형성함에 따라 도시 열섬과 같이 복잡하고 독특한 기상·기후 특성을 형성한다. 

실제로 최근 국립기상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1973~2020년의 48년 동안 우리나라 16개 주요 도시의 연평균 기온은 10년 당 0.37℃가 상승하였고 기온 상승의 약 24~39%는 도시화 효과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인구 10만 내외인 14개 비도시의 관측 기온이 10년 당 약 0.23℃ 비율로 상승한 것과 비교 시·도시의 열섬 효과가 전 지구적 온난화와 더불어 폭염과 같은 재해 취약성을 더욱 가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1990년대 이후에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와 같은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보다 청주, 포항, 구미, 원주와 같은 인구 30만 이상 중소도시의 인구 증가율이 증가하면서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중소도시의 기온 상승률이 대도시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48년 동안의 폭염 발생 일수를 비교해 보면 중소도시는 매 10년 당 1.8일 증가하여 10년 당 1.6일 증가한 대도시보다 폭염 발생 빈도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도시 인프라는 보편적으로 생활의 편리함과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후 빈도의 증가로 보건, 에너지, 생태, 주거 등 도시 내 여러 부문별로 부정적 영향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하여 재해 위험을 감소시키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도시 정책 및 온실가스 감축을 선도하고 도시 복원력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 이해관계자와 기후변화 과학자가 함께하는 위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도시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와 함께 빠르고 강력한 기후 행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도시 네트워크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팀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