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호재 "아버지인 이기형 성남 감독은 저의 멘토 같은 존재"
축구라는 공통 분모로 각별한 부자지간 사랑
이호재 "지난 시즌 활약 통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 들어서 뿌듯"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 /강상헌 기자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 /강상헌 기자

[제주=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영국 명문가 출신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에드워드 허버트(1583~1648)는 “아버지 한 사람이 스승 100명보다 낫다”고 이야기했다. 5일 제주에서 본지와 만난 이호재(24·포항 스틸러스)도 아버지인 이기형(50) 성남FC 감독을 자신의 ‘멘토’라고 언급하며 각별한 부자지간을 자랑했다.

이기형·이호재 부자는 ‘축구’라는 공통 분모를 가졌다. 아버지 이기형 감독은 1996년 수원 삼성에서 프로 데뷔해 성남 일화, FC서울,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 등을 거쳐 2010년 현역 은퇴했다.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어 현재는 K리그2(2부) 성남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아들 이호재는 191cm의 큰 키에 탄탄한 체격을 갖춰 제공권과 포스트 플레이가 능하다. 지난 시즌 포항 소속으로 K리그1(1부) 37경기에 나서 8득점 1도움을 터뜨렸다. 특히 후반전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경기 결과를 뒤바꾸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특급 조커’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5일 제주 빠레브 호텔에서 열린 2024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만난 박태하(56) 포항 감독 역시 다가오는 새 시즌에 이호재의 활약에 기대감을 보였다. 박 감독은 “공중볼 경합에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공을 다루는 기술도 충분히 갖고 있다. 공을 키핑하는 실수만 줄인다면 출전 기회나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 4년 차를 맞은 이호재는 지난해를 가장 인상적인 한 해로 뽑았다. 그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한 한 해였다. 전체적인 플레이가 아주 좋아졌다고 느꼈다”며 “지난해 득점력에 있어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부분이 있었다. 올해에는 득점 기회를 더 잘 살리고자 한다. 골 결정력을 더욱 성장시킨다면 해외 리그도 바라볼 수 있고 태극마크까지 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호재는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뒤에는 아버지의 조언이 있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는 다정한 부자지만, 축구에 대한 주제 거리가 나오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된다. 이호재는 “아버지는 제 멘토 같은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축구를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지금도 함께 축구를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아버지는 제 모든 경기를 챙겨 보신다. 어떨 때는 팬들보다 더 냉정하게 저를 평가하신다. 문제점 지적보다는 큰 틀에서 잘할 때는 ‘자만하지 말아라’, ‘일희일비 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해 주시는 등 제가 마음을 다잡게 도와주신다”고 전했다.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 /강상헌 기자
포항 스틸러스 이호재. /강상헌 기자

이호재는 지난해 시즌을 한창 치르는 도중 아버지에게 가슴에 남을 만한 따뜻한 말을 전해 들었다. 그는 “저에게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거의 안 해주셨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며 “아버지께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으니 ‘올해는 조금 잘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경기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에서 다 자신감이 차니 경기도 더 잘 풀렸다”고 떠올렸다.

이호재의 2024시즌 목표는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다. 이호재는 “무조건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해야 한다. 저도 이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느껴진다.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선발 경쟁도 하고 싶다”며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경기장 안에서도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기회는 올 거로 생각한다. 제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실수만 조금 더 줄인다면 충분히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멘토인 아버지에게 듣고 싶은 말도 있다. 이호재는 “‘자랑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팀 핵심 선수가 됐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K리그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경쟁이 쉽지 않다. 지난해에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본다. 덕분에 출전 시간을 많이 얻었다”며 “팀 핵심이 된다는 것은 외국인 선수와 동등한 급에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가 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다음 아버지께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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