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광고계에선 빠르게 ‘이강인 손절’ 움직임
공적·사적 이미지는 구분돼야 한다는 시각 존재
지난 7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0-2 패) 전날 벌어진,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의 여파가 스포츠계는 물론 광고계까지 확산하고 있다.

대회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시간 대표팀 막내 라인 이강인(23)과 주장 손흥민(32)이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그중 9세 많은 선배인 손흥민의 뜻에 따르지 않으며 몸싸움을 일으킨 이강인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후원 선수의 이미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광고계는 빠르게 ‘이강인 손절’ 움직임을 보인다.

◆광고계에선 빠르게 ‘이강인 손절’ 움직임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했던 통신사 KT는 관련 포스터를 내렸고, 프로모션을 조기 종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치킨브랜드 아라치 치킨도 홈페이지에서 이강인 영상을 내린 상태다. 프랑스 리그1을 중계하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파리 생제르맹(PSG) 경기마다 이강인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했지만 아시안컵 이후 복귀전이었던 18일 FC 낭트전 중계 때는 관련 사진이나 문구를 띄우지 않았다.

반면 주장으로서 팀 단합을 위해 나섰다가 까마득한 후배에게 하극상을 당하며 그 과정에서 손가락 탈구 부상까지 입은 손흥민을 두곤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손흥민을 모델로 활용 중인 메가MGC커피 등은 광고 효과에서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스타와 기업 간 맺는 스폰서십의 핵심은 ‘상생’이다. 스타는 후원 기업으로부터 선수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의류, 장비, 계약금 및 연봉(인센티브 포함) 등을 지원받고, 기업은 후원 스타의 좋은 이미지와 팬덤을 활용해 매출을 올리며 소비자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등 마케팅 효과를 누린다. 하극상 논란으로 국가대표 퇴출 여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이강인을 두고 광고업계도 매출 등 타격을 피하고자 빠른 손절에 나선 것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스포츠는 철저한 자본주의 원리가 통용되는 곳이다. 후원 기업 입장에서 투자 대비 홍보 효과인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한정된 마케팅 예산으로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내는 게 목표다. 정상급 스타를 후원하고 싶지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후원 기업들은 예산 수준에 맞는 투자로 재미를 보려 한다.

이예원. /KLPGA 제공
이예원. /KLPGA 제공

◆공적·사적 이미지는 구분돼야 한다는 시각 존재

선수 후원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매니지먼트사 직원 등 전·현직 스포츠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업들은 선수의 실력 외에 잠재력과 평판(인성), 목표의 방향성 등을 보고 후원 여부를 결정한다. 한 관계자는 “대형 기업의 경우 예산이 비교적 많아 정상급 스타를 후원하는 게 가능하지만 중소형 기업들은 작은 투자로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는 곳에 돈을 써야 한다. 따라서 선수들의 잠재력에 중점을 두곤 한다”고 귀띔했다.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본 매니지먼트사, 후원 기업들 중 프로골퍼 이예원(21)의 사례가 눈에 띈다. 과거 프로골퍼 출신인 남민지는 한 매니지먼트사 팀장으로 일하다 퇴사한 후 지난해 매니지먼트서울 대표로 새롭게 출발했다. 당시 2년 차 이예원을 소속 선수로 두고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했는데 이예원이 곧바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예원이 지난해 벌어들인 투어 상금은 무려 14억2481만7530원에 이른다. KLPGA 투어를 지배한 이예원의 활약에 매니지먼트사는 물론 후원사인 KB금융그룹도 활짝 웃었다.

이강인은 실력과 잠재력은 최상이지만 평판이 부정적으로 바뀐 사례다. 아무리 정상급 선수라도 논란에 휩싸인 선수는 국내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 최악의 수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인지도가 없는 것보다도 부정적 사건에 연루된 선수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기 꺼려한다.

물론 후원 선수의 이미지를 다룰 땐 공적 이미지와 사적 이미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전공 교수는 19일 본지에 “우리 사회가 스포츠 스타에게 공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스타에게 공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부여할 경우 선수들도 부담이고 기업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과거 타이거 우즈만 하더라도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지만 나이키와 동행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법률적으로 범죄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사적인 부분에서의 문제는 스폰서십에 크게 해로울 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축구 사안과 관련해선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거기에 이강인까지 사회가 속죄양을 찾는 느낌이 있었다. 이강인 관련 불매운동까진 일어나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 스폰서십 관점에선 후원 선수가 갖고 있는 것들의 전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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