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축구협회장-감독-선수단까지 결국 사람 문제
새롭게 꾸려진 전력강화위에 기대
향후 한국 축구 수장인 회장도 교체돼야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조직의 성공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다. 공자가 사기(史記) 위령공편에서 “군자는 언변으로 사람을 등용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인데,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지금의 한국 축구에도 충분히 적용된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 축구라는 스포츠도 사람이 한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인사 문제였다. 원칙주의자이며 맡은 일에 철두철미했던 파울루 벤투 전 축구 대표팀 감독과 달리 최근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로서 이름값이 높았지만, 지도자로서 역량은 기대 이하였다. 잦은 외유와 재택으로 인해 대표팀 관리에 소홀했고 이는 선수단 장악 실패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이강인의 하극상 등 대표팀 내분 논란이 일었다. 대표팀은 중요한 일전인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고참급과 중고참, 막내 라인으로 분열돼 세대 갈등을 보였다. 내분으로 원팀이 되지 못한 대표팀은 요르단에 0-2로 완패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적임자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감독 선임 시스템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력강화위)가 1차 책임이 있으며, 결재를 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표면적으론 감독 선임과 관련해 공정한 절차와 투명성을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인사 시스템을 축소해 왔다.

기자는 2022년 4월 낸 ‘[단독] 김판곤은 왜 떠났나... ‘3개월째 위원장 공석’ 유명무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 보도에서 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 정관을 개정함에 따라 전력강화위원장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고 이는 김판곤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이 떠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후 수개월간 위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방치됐다. 축구협회가 인사 시스템을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20일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전력강화위가 꾸려졌다. 새로 뽑힐 감독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례를 비춰봤을 때 적임자를 발탁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게다가 매사 책임회피로 일관해 온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적임자 선임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지금의 축구협회 인사는 그야말로 ‘망사(亡事)’다. 일단 선수단 내에선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에게 물리적 충돌에 대해 사과하면서 내분이 봉합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다음 과제는 제대로 된 감독 선임이다. 그리고 이후 과제는 한국 축구 수장의 교체다. 인사 문제는 보통 하달되게 마련이다. 장기적 관점에선 가장 윗선의 교체가 한국 축구의 전면 쇄신을 위해 가는 진정한 첫걸음일 수 있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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