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나발니 장례식 / AP연합뉴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나발니 장례식 / AP연합뉴스

[한스경제=이현령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야당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1일(현지 시각)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모스크바에서 치러졌다. 그가 옥중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진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만이다.

알렉세이의 장례식은 그가 생전 살았던 모스크바 남동부 마리노의 우툴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위로하소서) 교회에서 치러진 뒤,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공동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앞서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검사를 이유로 유족들에게 나발니의 시신을 공개하지 않았다. 나발니의 모친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시신을 돌려달라”며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러시아 당국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달 22일 나발나야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수사관이 비밀 장례식을 강요했다”며 아들의 시신을 즉각 돌려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달 24일 나발니 측은 나발니의 시신이 가족에게 인계됐다고 전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와 유학중인 딸 다리아 등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율리아 나발나야가 나발니의 죽음 이후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죽음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야당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주목돼 그가 귀국했다면 체포됐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율리아 나발나야 인스타그램
율리아 나발나야 인스타그램

다만 율리아는 자신의 SNS에 남편 나발니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율리아는 “26년간의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항상 나를 지지해 주고 감옥에서도 나를 웃게 해주고 항상 나를 생각해 줘서 고맙다”며 그리움을 전했다. 딸 다리아도 SNS를 통해 “아버지는 나의 롤모델이었다”며 “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내 삶을 살고,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만들겠다”라고 추모했다.

외신과 나발니 측에 따르면 이날 장례식에 수천 명이 참여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나발니의 이름을 연호하며 “전쟁 반대”, “푸틴 없는 러시아” 등을 외쳤다고 한다. CNN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나발니에게 경의를 표한 혐의로 최소 115명의 사람이 구금됐다.

크렘린궁 측은 나발니의 유족에게 전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발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허가되지 않은 모든 집회는 위법”이라고 경고했다.

이현령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