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 연례 보고서 발표
미국과 아시아 중심으로 크게 증가...유럽·캐나다 정체기
대상 기업 982개사...2022년比 4.6%p 증가
국내 한 기업의 주주총회 회의장. / 연합뉴스. 
국내 한 기업의 주주총회 회의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편승한 '주주행동주의'가 미국과 아시아에서 크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과 캐나다는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으로 정체기에 들었다는 평가다.  

영국의 글로벌기업 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Diligent Market intelligence)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제출된 결의가 건수 측면에서 지난해 주주행동주의는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상 기업은 982개사로, 2022년 대비 4.6%가량 증가했다.

주주행동주의는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이나 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제고 등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말한다.

한국에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본격 등장했다. 초반에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행동주의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슈퍼개미나 일반 소액주주들까지 연대를 이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승세는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 내 550개 기업이 공개적으로 활동가들의 요구를 받았다. 이는 2022년 대비 8%가량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의 추세도 비슷했다

다만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대비 약 25.5%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유럽에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럽의 2021년은 177개 기업이 결의안에 직면하면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에는 123개사로 줄어들면서 정체기에 들어섰다.

딜리전트는 유럽의 추세에 대해 유럽 기업의 주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어진 에너지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시 블랙 딜리전트 시장정보 관련 담당 편집장은 "지속적인 글로벌 행동주의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해졌다"며 "경제적 불확실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결합돼 새로운 캠페인 출시는 24%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하락세는 기업에 일시적인 유예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사회와 리더는 거버넌스에 대한 접근 방식에 소홀해선 안된다"며 "거버넌스, 위험 및 규정 준수 성과를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업들의 단호한 조치를 제안했다. 블랙 편집장은 "단호하게 잠재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이해관계자와 장기적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더 많은 기업이 활동가 주주 결의안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러셀 3000 기업 가운데 23.4%가 주주행동주의를 리스크로 공시했다. 이는 직전년도(21.4%)보다 2%p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사회적 요구와 관련된 제안이 늘어났다. 지난해 사회적(S) 요구 관련 주주 제안은 15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150건) 대비 6%가량 증가했다. 반면 환경적(E) 요구는 2022년 대비 1.5%p 감소했다. 거버넌스적(G) 요구는 4.5%p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사회와 리더는 거버넌스 구조를 정직하게 평가하고 ESG 및 DEI 전략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주주권 행사의 타깃이 된 한국 기업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았다. 73개사를 대상으로, 총 91개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됐다.

주총 개최가 집중된 상반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주주행동주의 발생 기업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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