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순유입량 11.2% 증가
지난해 동남아시아 ESG펀드 순유입량이 증가했다. / 연합뉴스
지난해 동남아시아 ESG펀드 순유입량이 증가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에 지속가능한 금융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동남아 시장에 ESG펀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 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모닝스타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모닝스타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시아에 본사를 둔 ESG펀드에 3억247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는 2022년 2억9190만달러보다 11.2% 높은 수치다. 반면 전 세계 지속가능 펀드의 2023년 순유입액은 630억 달러로, 2022년 1610억 달러보다 60.9% 줄었다.

동남아 ESG펀드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순유출이 순유입을 상회하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지만, 3분기부터 반전됐다. 상승세는 4분기에도 이어져 2023년 4분기 순유입액은 1억374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9440만 달러보다 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모닝스타는 설명했다.

비 ESG펀드도 2022년 103억달러 순유출에서 지난해 190억달러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전년 동기 순유출 12억달러에서 30억달러가량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에 대해 여러 자산운용사와 시장 전문가들은 ESG에 대한 투자자들과 동남아 국가 규제 당국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넷웨스트(NatWest) 기후 및 ESG 자본 시장 담당 부사장 톰 캐스캐일스(Tom Cascales)는 “전반적으로 순유입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비 ESG펀드가 ESG펀드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의 투자 솔루션을 갖고 있다”면서 “동남아 펀드는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고, 지속 가능 펀드도 평균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동남아 ESG펀드는 2022년 연간 평균 수익률이 -20.4%였지만 지난해 4.8%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수익률은 8.7%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의 7.3%에서 1.4% 상승했다. ESG펀드는 기술주 편입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고, 작년 실적이 저조했던 에너지와 유틸리티 섹터에 대한 노출도도 낮아 성과가 더 좋았다.

비 ESG펀드의 지난해 전체 수익률은 3.1%로 2022년 -12.4%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수익률이 6.4%로 2022년 6.6%에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스캐일스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고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란 기대감이 펀드 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동남아 시장의 지속적인 초과 수익률은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 시행하는 새로운 규제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U와 영국은 탄소 집약적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를 시범 도입해 2026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또 EU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도입했고,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 EU 공급망 실사법)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CSRD는 상장 기업을 위한 지속가능성 보고 프레임워크를 확립하고 경제 블록에서 활동하는 비 EU 기업에 보고서 발행을 요청하고 있고, CSDDD는 기업이 인권과 환경 문제에 관한 실사 전략을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이사 겸 ESG 전문가 조앤 큐는 CSDDD 규정을 위반하면 기업 글로벌 매출의 최대 5%에 다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유럽연합 이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큐 이사는 “아세안 기업 대부분이 상품 공급망 분야여서 규정 위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규정 준수 리스크가 크지 않을 수 있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단기 및 중기적으로 ESG 규정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그 영향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캐스캐일스는 유럽의 규제정책이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입증할 기회라고 봤다. 그는 “아세안 시장 전반에서 각국 정부가 기후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분류체계, 전환 계획 등 지속가능한 자본 시장을 지원하는 모든 규정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후 관련 리스크와 솔루션, 전환에 대한 강조가 커지는 점은 ESG펀드에 새로운 투자 유치를 상용화할 기회이며,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ABRDN 데이비드 스미스 아시아 주식 부문 수석 투자 디렉터 역시 아세안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투자자가 계속 주목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동남아시아는 지역 인구 증가, 경제 성장, 국내 소비 증가, 도시화, 중산층의 급격한 증가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전환, 금융 서비스, 의료 서비스 접근성 등 ESG 기회와 관련해 지역 전체에 걸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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