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2년 만에 전량 처분…2나노 메모리·시스템 투자 재원 마련
삼성전자 본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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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연 기자]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 목적으로 추정된다. 최근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로 차세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후공정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삼성전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보유했던 ASML 지분 158만407주(지분율 0.4%)를 4분기 중에 모두 매각했다. 앞서 공시한 ASML 지분 가치로 추산하면 삼성전자는 남은 지분을 매각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모두 장비 구입을 원하기 때문에 ASML은 이른바 ‘슈퍼 을(乙)’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0%를 70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6년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해 60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나머지 지분도 매각하기 시작했다. 2분기에는 3조원을, 3분기에는 1조3000억원의 매각 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ASML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턴(상승국면)에 대비해 초격차 기술을 유지할 투자 재원을 다각도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특히 삼성전자는 2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산을 자사의 최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감싸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기술이다. 채널 3개면을 감싼 ‘핀펫’ 방식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GAA 기술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TSMC 등 경쟁사에 앞서 GAA 기술을 3나노 공정에 도입해 완성도를 높인 후, 2나노 양산이 본격화되면 2나노 공정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략이다.

아울러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해 10월 “HBM과 함께 2.5차원, 3차원 첨단 패키지 솔루션을 포함한 첨단 맞춤형 턴키(일괄) 패키징 서비스도 제공해 AI·고성능컴퓨팅(HPC) 시대에 최고의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2나노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AI 스타트업 ‘프리퍼드 네트웍스(PFN)’로부터 2나노 AI 가속기 생산을 수주했으며, 퀄컴으로부터도 2나노 AP 개발을 의뢰받았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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