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독일, 체코,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국가가 절반 이상 차지
EBRD “회의론자 포용 못 하면 더 확산해 역풍 맞을 수 있다”고 경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로고 / EBRD 웹사이트 갈무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로고 / EBRD 웹사이트 갈무리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기후대응과 녹색에너지 전환을 반대하는 회의론자들이 유럽연합(EU) 내부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친환경 정책을 부정하는 유럽 극우정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고, 각국은 친환경 정책 도입을 완화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이에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2023/2024 전환 보고서 조사에 따르면 튀니지, 몰도바, 아제르바이잔 같은 비회원국보다 EU 회원국에 회의론자가 많았다. 특히 동유럽의 반발이 심하고 회의론자가 가장 많았는데,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체코, 독일, 라트비아에서 녹색전환 회의론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BRD는 기후변화가 큰 문제임을 받아들이지만, 친환경 전환 약속을 저버리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친환경전환 회의론자로 정의한다.

베타 자보르치크 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EU에서 기후대응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EU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촉발된 에너지 비용 상승과 친환경 정책이 일반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구체화하자 반발이 뚜렷해진 것이라고 자보르치크는 설명했다.

또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값비싼 재생에너지 설비 조기 도입을 요구하는 환경 이데올로기에 ‘녹색 파시즘’이라는 반발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힘입어 오는 6월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의석수가 늘어나 EU의 친환경 정책이 후퇴하거나 완전히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전환 비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녹색(Green)과 반발(Backlash)을 합친 신조어 그린래시(Greenlash)도 유행하고 있다. 동유럽 회원국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도 산업적 이득이 크지 않고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지와 화석연료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서유럽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고, 네덜란드에서는 아산화질소 배출 규제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몇몇 유럽 국가들이 친환경 정책 시행을 미루고 있다. 영국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했다. 스웨덴 정부 역시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정책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속도 조절을 택했다.

농민 시위가 시작된 프랑스는 EU에 환경규제 완화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5년까지 살충제 사용을 50% 줄이는 ‘에코피토 계획’ 일시 중단 및 새로운 계획 수립도 약속했다.

자보르치크는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어난 반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회의론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