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닷컴버블과 상이...향후 기술의 사회적 수용도가 관건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AI 테마가 투자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부에선 과열세를 우려하는 동시에 버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향후 신기술의 발전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수용될지 여부가 투자시장 리스크관리의 향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AI 테마주는 미국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들어 S&P500 지수가 7% 상승하는 동안, AI 관련 주가는 30% 상승했다. 2023년 1월 1일 이후 S%P500 상승폭 33% 중 23개 AI 관련주의 기여도은 21%p에 이른다. 이는 기여율 65% 수준이다.

개별 종목을 보면 엔비디아가 79%, 메타 40%, AMD 43%, AMAT 31% 순이다. 주로 반도체 설계와 장비 업체들이다. 2023년 상승치를 보면 각각 239%, 194%, 128%, 66% 순이다.

그에 반해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테슬라는 -29%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엔 102%를 기록했다. 구글은 지난해 58%에서 올해 -6%, 마이크로소프트는 57%에서 7%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AI 관련주 중 미국 외 국가의 기업은 소수다. 또한 일부 반도체 제조나 정비업체 등을 중심으로 AI 관련주 상승이 관찰되고는 있지만, 해당 기업이 자국 투자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낮은 편이다. 가령 주요 4개 AI ETF에서 미국의 비중은 66.8%에 달한다. 그외엔 일본이 10.9%, 대만과 독일이 3.8%, 영국이 2.2%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AI 테마가 각광을 받는 추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2022년말 챗GPT 출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후 경쟁 업체들은 연이어 신규 AI 서비스를 공개했으며 투자확대가 이어지는 등 주가 상승의 추동력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처럼 미래 성장 산업의 유력한 후보로 AI가 부상하며, 시장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투자시장의 과열 우려 및 나아가 버블에 대한 우려다. AI 붐이 언제까지 지속가능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주식분석부장과 이은재 부전문위원은 "AI 기술의 광범위한 파급효과와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에서의 AI 붐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다만 AI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단기적인 조정 압력은 상존하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관련 시장에 대한 전망에 있어서 긍정요인으로 ▲혁신 기술로서 AI의 잠재력 ▲AI 산업의 성장성 ▲닷컴버블과 다른 양상 등을 꼽았다.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AI도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지평을 바꾸고 생산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는 의미다.

참고로 AI 기술은 지난 1950년대 기초 개념이 탄생한 이래 발전과 침체가 거듭됐다. 2010년대에 이르러선 딥러닝 구현이 가능해지며 발전이 빠르게 진전됐다. 2022년말 등장한 챗GPT를 기점으로 인간 능력에 근접한 수준의 글·그림·사진·영상·음성·음악 등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했다.

산업혁명처럼 사회와 경제의 혁신적 변화를 견인한 기술의 공통점은 ▲소비자 효용의 비약적 증가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현 AI 기술은 챗GPT 출시 이후 이 3가지 요건을 대체로 충족하고 있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산업 수준을 감안할 때 향후 AI 산업은 수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앞으로 10년간 AI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30~40%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는 반도체, 서버, 메모리 등 AI 학습용 하드웨어 부문이 전체 AI 관련 시장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엔 AI 응용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부문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예로 종종 회자되는 것은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사례다. 지금의 AI와 비교되는 인터넷이란 혁신 기술이 등장한 점, 생산성 혁명에 대한 낙관적 기대, 관련 기업의 가파른 주가 상승 등이 유사점이라고 짚을 수 있다.

그러나 주가 밸류에이션 차원에선 상대적으로 정상적이라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평가다. 닷컴버블 당시 12개월 실제 P/E 기준 주가 밸류에이션은 나스닥100지수가 60배, 시스코 등 대표 기업ㄷ르은 200배 내외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는 나스닥100지수 32배, 대표 기업들은 60배 내외다.

아울러 실적이 우량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빅테크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닷컴버블 당시엔 인터넷이나 컴퓨턷와 무관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미비한 스타트업에 무분별한 투자가 집행됐던 것과 다르다. 가령 1999년 신규 상장 기업들 중 77%는 적자 기업이었으며, 2004년까지 닷컴 기업의 52%가 파산 또는 피인수된 바 있다.

1990년대 인터넷 관련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까지 수익 회수가 어려웠던 점도 떠올려볼만 하다. 그러나 AI는 이미 반도체(엔비디아), 클라우드(아마존 등) 등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도 유료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추정에 따르면 메타는 AI의 수익 기여율이 인스타그램에서 30%, 페이스북에서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는 부정요인으로 ▲단기 주가 급등 ▲낙관적 기대감의 선반영 ▲AI 추가 발전이 더딜 가능성 등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이중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향후 AI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이다. 가령 저작권 문제랄지, 오류, 실업, 윤리체계 구축 등의 이슈로 인해 추가 개발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AI에 의한 생산성 향상도 이런 연유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성락 주식분석부장과 이은재 부전문위원은 결국 추가적인 AI의 발전 및 수용도가 AI 붐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우위 현상이나 미국 주식시장 내에서의 빅테크 집중 현상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쏠림 현상이 금융시장 가격지표 및 자금흐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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