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한스경제 논설위원(서울시립대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한스경제 논설위원(서울시립대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한스경제=임병식 논설위원] 4.10 총선이 멀지 않았다. 선거 관련 보도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4.10 총선은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만에 치른다. 자연스럽게 중간 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무능한 정권 심판을 기치로 내걸었다. 수비하는 국민의힘은 오만한 운동권 정치 청산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국민들은 양당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국민들은 공천과정에서 이미 두 정당의 무능과 오만함을 확인한터다. 언론은 국민의힘은 ‘고인 물 공천’, 더불어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규정하고 감동 없는 공천을 비판했다.

중요한 이슈가 선거에 묻혀 눈길을 끌지 못한 채 지나갔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고, ‘100년 학교’가 사라진다는 보도다.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회색 코끼리’다. 위기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맹시(盲視)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다. 전년 0.78명을 갈아치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출산율은 1.58명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절반도 못 미치는 압도적 1위다. 출산율 0.7명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 최저 출산율은 올해 또다시 경신할 게 분명하다.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 0.6명대 출산율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50년 뒤 대한민국 인구 3000만 명은 예정된 미래다. 한국이 직면할 인구 3000만 명은 절반이 노인(65세 이상)인 우울한 초고령 사회다. 인구 감소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이어져 성장 동력을 잠식한다. 나아가 세대 갈등을 촉발한다. 경제활동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재정 부담이 급증하면서 은퇴 세대와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저출산은 적정 수준 병력자원 유지에도 걸림돌이다. 첨단 무기로 대체하는 건 한계가 있다.

저출산 태풍은 지역공동체를 붕괴한다. 지난해 신생아는 23만 명으로 역시 사상 최저다. 1974년 92만 명과 비교하면 50년 만에 4배 줄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 신입생은 사상 처음 30만 명대(36만9441명)로 줄었다. 전체 6175개 초등학교 중 157곳은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조차 못했다. 100년 학교도 사라진다. 100년 이상 초등학교 780개 중 전교생 60명 이하 폐교 위기 학교는 39%, 301개교에 달한다. 100년 학교 10곳 중 4곳이 사라질 위기다. 지역 구심체인 초등학교가 문을 닫으면 지역공동체도 해체된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저출산 고령화에 300조원을 투입했다. 계속되는 출산율 하락을 고려하면 백약이 무효다. 자치단체마다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 대책은 못 된다. 경쟁적인 출산장려금은 제 살 깎기와 같다. 보조금으로 출산율을 올리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지속하기도 어렵다. 돈으로 인구를 늘리고 출산율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이제 몽상에 가깝다. 저출산 고령화를 인정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게 급선무다. 청년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령자 돌봄 서비스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관점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회적 임팩트 투자(SIB)와 ESG를 연계하는 것이다. SIB는 민간이 사회공헌 사업에 초기 투자하고, 지방정부는 그로 인해 감소한 행정 비용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은 SIB 사업이 활발하다. 많은 지자체들은 SIB를 활용해 치매 예방과 중증화 사업 예방 사업 등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Rehab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113억 원을 유치했다. 사업 모델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사회보장 비용 증가에 부담을 느끼는 지방정부 사이에서 틈새를 찾은 것이다.

SKT도 부여군과 손을 잡고 치매 예방 사회성과보상(SIB)사업을 추진했다. 민간과 대학이 참여한 SIB는 복지, 보건,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 공공사업에 SKT가 초기 사업비를 투자하고, 목표가 달성되면 약정에 따라 부여군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다. SIB 투자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자체 부담을 덜면서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자체는 사업 성공 이후 예산을 투입하기에 위험 부담이 작은 반면 기업은 ESG 실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겪는 저출산 고령화 극복에 ESG와 연계해 SIB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은 ESG를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또한 ESG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SG와 SIB를 연계해 사회공헌사업으로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 검토할 때다. 20여일 후면 총선이 끝난다. 승패 여부를 떠나 여야 모두 국가 존망이 걸린 저출산 고령화 극복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임병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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