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인천=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김)연경 언니!”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3차전이 열린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안팎에선 여성 팬들의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김연경(36·흥국생명)은 이날 ‘배구여제’의 품격을 선보였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1점을 폭발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18 25-19 25-19) 완승을 이끌었다. 공격 성공률은 54.55%에 이르렀다.

고비 때마다 강력한 스파이크를 내리 꽂았다. 1세트에서 오픈과 백어택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2세트 초반 8-8 동점 이후 팀이 앞서 가는데 힘을 보탰다.

마지막 3세트에선 14-14 동점 상황에서 화끈한 블로킹으로 팀에 리드를 안겼다. 김연경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고 홈 관중은 “김연경”을 연호했다. 구단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에 들어찬 관중은 4228명에 달했다.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김연경은 17-15 리드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까지 성공시키는 등 활약을 보이며 결국 팀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후 만난 김연경은 잔뜩 쉰 목소리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오늘 경기 중에 너무 소리를 질러서 목소리가 이렇게 됐다. 이제 오늘, 내일은 침묵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코트의 사령관으로서 선수단을 아우르며 팀의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진출을 이끌어냈다.

김연경은 "정관장도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최선을 다해준 상대를 존중했다. 그러면서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겠다. 2020-2021시즌과 2022-2023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까진 갔는데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또 기회가 왔으니 이번에는 꼭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힘주었다.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김연경이 V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지난 2008-2009시즌이다. 이번 PO에서 2승 1패로 챔프전에 진출한 정규리그 2위 흥국생명은 28일 수원체육관에서 현대건설(1위)과 챔피언결정 1차전을 벌인다. 통산 10번째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흥국생명은 지난 2018-2019시즌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우승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를 지배한 김연경을 두고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은 나이를 고려해도 엄청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팀을 이끌어가는 부분도 있다”며 “한 명이 팀을 바꾸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데 김연경은 팀을 바꾸는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을 챔프전으로 이끈 것은 물론 팬들에게 일일이 팬 서비스를 하고 승리 후에도 패자를 존중하는 등 김연경의 모습에서 월드클래스 선수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경기 후 수백 명의 팬들이 늦은 시각까지 체육관 주변을 둘러싼 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진을 치고 대기하는 이유였다.

박종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