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오랜만에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다. ‘최순실 특검’의 대기업 수사로 인해 상반기 공채 일정이 불투명했었지만 대기업들이 공개 채용 일정을 속속 공개하면서 닫혀있던 채용시장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총수의 부재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삼성도 상반기 공개채용을 일정대로 진행해 취준생의 불안감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적인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오는 28일부터 상반기 채용 접수를 시작, 2주 동안 접수를 거쳐 4월 초 HMAT(인·적성 검사)를 진행한다.

신입은 5월 초에 두 차례 면접을 거쳐 6월 말 합격자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인턴은 한 차례 면접과 7주간의 실습을 통해 합격자를 확정한다.

▲ 대기업들이 공개 채용 일정을 속속 공개하면서 닫혀있던 채용시장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모집분야는 연구개발(R&D)·매뉴팩처링(manufacturing)·전략지원 등 3개 부문이다. 인턴채용에선 소프트웨어(SW)와 차량·브랜드 디자인 부문이 추가된다.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턴채용에서 SW부문을 신설했다.

LG그룹도 LG화학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부터 본격적인 상반기 공채에 들어간다. 지난해 상반기엔 8개 계열사가 채용에 참여했다. 올해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하우시스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LG의 인·적성 검사는 4월8일 치러진다.

LG그룹도 다음 달 2일 주요 계열사의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시작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8개 계열사가 채용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LG화학을 시작으로 LG전자·LG디스플레이·LG하우시스 등이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원자들은 LG그룹 통합 채용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계열사 3곳에 중복 지원할 수 있다. 4월 중 실시되는 인·적성 검사는 서류 중복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한 번만 보면 된다. 최종 합격자는 1~2차 직무·면접을 거쳐 6월 쯤 나올 예정이다.

SK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 대졸 신입·인턴 채용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올해 대졸 신입 2,100명을 포함해 모두 8,200명을 채용할 계획이자만 채용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면 3월 초 계열사별 채용 규모와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GS그룹은 계열사별 채용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총 4,000명을 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수시채용을 진행, 전년보다 100명 늘어난 2,6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KT 등은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과 해운 등의 업종은 상반기에 사실상 신규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매년 1만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삼성그룹도 상반기 공개채용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매년 1만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삼성그룹도 상반기 공개채용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후 채용 일정이 보류됐지만 고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에 채용 공고는 곧 시작될 예정이다.

많은 취준생이 삼성그룹에 지원하는 만큼 삼성 공채 시험 고사장은 통상 1년 전 예약한다. 최근 삼성 인사팀에서 서울지역 복수의 학교시설에 인·적성 평가 장소 활용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상반기 공채를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며 “올해부터 그룹 공채 방식으로 진행돼온 신입사원 모집을 계열사별 공채 형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공채 일정이 확정되지 못하는 것은 계열사별 사업계획 등이 확정돼야 채용 규모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말 ‘박근혜·최순실’ 수사로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다.

삼성은 특검 수사가 일단락되면 곧 이 부회장의 최종승인을 받아 채용 일정 등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공채 일정이 늦게 결정된다고 해도 진행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자료=잡코리아

다만, 공채가 서서히 시작되고는 있지만 ‘취업문’을 통과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용 규모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많은 기업이 여전히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탓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12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 상반기 대졸 신입채용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반기 신입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은 34.3%(107개사)로 10개사 중 3개사 정도다.

특히 44.6%(139개사)는 신입채용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채용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21.2%(66개사)나 된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8.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기업이 상반기 채용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거나 상시공채 등으로 신규인력 충원 방식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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