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직장인 강민예씨(28·여)는 3년 전 입사를 한 뒤 인천에 있는 집을 나와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혼자 사는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일단 왕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에 부족한 잠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는 출근길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저녁엔 인터넷에서 간단 자취요리를 검색해 요리를 해먹는다. 전기밥솥은 '햇반'을 이용하는 탓에 수납장 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에는 클라이밍, DIY 조명 만들기 등 여가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 가족들이 있는 집에 가면 빨리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혼밥(혼자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행(혼자 하는 여행) 등의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녹아들었다.

▲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대한민국 가구 넷 중 하나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로 조사됐고, 이 1인가구 중에선 40대 이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강씨처럼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이들이 소비와 트렌드를 주도하는 현상을 일컫는 ‘1코노미’(‘1인’과 ‘이코노미(economy·경제)’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1코노미에 맞춰 업체들은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평일에도 하루 두 끼 ‘혼밥(혼자먹는 밥)’을 하고, 7명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명 중 한 명은 앞으로도 혼자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연소득 1200만 원 이상, 20~40대 1인 가구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통계청 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1인 가구는 전 연령층에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40대 이하가 전체의 52.8%를 차지했다.

1인 가구 중 평일 혼자 두 끼를 먹는 이들은 41.5%로 가장 많았다. 하루 한 끼는 혼자 먹는다고 답한 비율도 30.7%에 달했다. 직접 요리해 먹거나 반조리 식품 구매 및 배달을 통해 집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높았다. 주말의 경우 하루 두 끼를 혼자 식사한다는 비중이 49.2%로 높으며, 세끼를 모두 혼자 먹는 비중도 17.8%나 됐다.

1인 가구 10명 중 7명(69.7%)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여성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은 30대 초반에 만족도가 가장 높으며 연령에 상관없이 70%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남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만족도가 낮아졌다. 앞으로도 혼자 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49.7%였다. 여성(63.1%)이 남성(39.3%)보다 혼자 살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한민국 가구 넷 중 하나는 혼자 사는 1인가구로 조사됐고, 이 1인가구 중에선 40대 이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 3사의 지난해 순 매출 '합계'는 '14조' 2,480억 원으로, 2015년 대비 28% 넘게 가파르게 성장했다. 편의점 매출 증가를 견인한 메뉴는 '도시락'이다. 혼밥족이 늘면서 최근 3년 사이에만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70%나 껑충 뛰었다.

가정 간편식 시장도 성장했다. 불황 속에도 1인 가구 덕에 매년 성장추세를 보이며, 주요 식품업계는 모두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품들은 ‘소포장’ 형태로 변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용량이 많은 제품을 구입하면 다 먹지 못하고 보관도 어려워 처치곤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브랜드들이 기존의 제품의 패키지를 변형시키거나, 한 끼 분량 또는 작게 포장한 제품 등 색다른 패키지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간편식과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싱글슈머가 유통업계의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예를 들어 작년 롯데호텔에서 선보인 ‘1인 패키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호텔에서 혼자 쉬는 트렌드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관련업체들은 싱글슈머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이들을 위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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