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금융당국이 무분별한 카드 발급은 안된다며 카드업계에 자정을 촉구하면서도 대출 고객에게 신용카드를 끼워 파는 소위 ‘꺾기’는 적법하다는 판단이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휴면카드 줄이기에 나서면서도 은행 대출과 연계한 신용카드 발급은 허용하고 있어 타 업권의 신용카드 끼워팔기 제약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게 카드업계의 반응이다. 다른 한편으로 꺾기로 발급한 신용카드는 실사용 실적은 적은데 발급비용만 증가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성토하고 있다.

▲ 3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은행 대출시 우대금리를 위한 신용카드 발급 권유는 꺾기가 아니라는 해석에 카드업계의 반발이 높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5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은행 대출시 우대금리를 위한 신용카드 발급 권유는 꺾기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고객 자율성에 무게를 뒀다. 은행이 대출 이용고객에게 우대금리 조건을 제시한 다음 고객이 선택적으로 신용카드에 가입한다면 적법하다는 해석이다.

꺾기란 은행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구속성 예금’을 칭한다. 대출 고객에게 우대금리, 혹은 대출 여부를 빌미로 예금이나 보험, 카드 등을 강매하는 행위다.

금융당국은 보험이나 펀드, 원금 비보장금전신탁 등의 구속성 예금은 적발해 처벌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꺾기 의심 사례는 5만4,548건에 달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해석에 비추면 대출시 신용카드 발급 권유는 꺾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행 법에도 대출시 신용카드 발급은 구속성 예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중은행이 구속성 예금을 50건 이상 취급하고 위반 점포가 전체의 10%를 차지할 때는 기관 경고 이상을 받는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관련법 개정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당해 3월 은행법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개정해 꺾기 관행에 대한 과태료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어 2015년 금감원의 ‘민생침해 5대 금융악’에도 꺾기가 포함됐지만 신용카드 발급 권유는 법망을 피했다.

당장 앓는 소리가 나온 곳은 카드업계다. 업계로서는 ‘장롱카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발급된 카드가 휴면카드로 직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신금융협회 추산 지난해 4분기 휴면카드는 853만4,000장에 달했다. 전 분기 대비 14만5,000장이 증가했다. 2015년 말 기준 휴면카드는 830만장으로 전체 카드 9,229만장의 1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영업과 휴면카드 증가세는 비례한다”며 “금융당국도 휴면카드를 해지하라고 권유하면서 대출시 신용카드 영업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급만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외형 경쟁을 막기 위해 휴면카드 감소에 팔을 걷고 있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휴면카드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신중한 신규 마케팅을 펼치는 등 노력해왔다.

소비자들도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했다가 대출이 거절당할까 염려해 카드를 발급하는 경우도 우려된다. 이미 같은 회사의 카드가 있는데도 대출을 위해 카드를 또다시 발급받는 사례가 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분석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시 신용카드 발급 권유가 특히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신청자가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인 점을 노렸다. 2014년 7월부터 8월까지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받은 고객 중 신용카드 발급자는 10명 중 3.5명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에서 문제 삼은 금융상품 강매와 대출시 신용카드 발급 부작용이 똑같은 데도 적법 해석이 나온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꺾기 관행에 칼을 대려면 전 업권에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펀드, 원금 비보장 금전신탁과 더불어 신용카드를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용카드 신규 발급 ‘꺾기’는 소비자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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