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신진주 기자

[한스경제 신진주] 최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와 관련한 일련의 행동을 보면, 얼마나 자신들의 그릇이 작은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대륙의 크기에 비해 배포가 작아도 너무 작다. 사실 사드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요격용 미사일인데, 중국은 미국은 배제하고 우리나라에게 분풀이 중이다. 중국은 강자한테 매우 약하고 약자에게 매우 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졸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의 첫 타켓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정조준했다. 중국 내 롯데 유통시설에 대한 갑작스런 점검에 이어 현재까지 롯데마트 4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말이다.

롯데호텔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사이트 'C-트립'에서 각국 호텔 선택 목록에 등장했던 '롯데호텔'이 갑자기 삭제됐다. 중국 당국이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까지 전면 금지했고 화장품·식품의 통관 규제를 심화했다. 중국 언론들의 여론몰이 역시 무섭다. 롯데마트가 곧 망하기 때문에 롯데 선불카드를 써버리려는 고객이 넘친다는 보도까지 내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사드부지 제공과 관련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최종 발표도 국방부에 맡기고 롯데는 그 어떤 자료도 내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보복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롯데의 사드부지 교환 결정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국익’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 롯데그룹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 제공으로 중국에서 반한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소재 롯데백화점 광장에 경찰차량(사진 왼쪽 밑부분)이 배치됐다. /연합뉴스

중국의 트집 잡기 억지 단속 등 보복규제는 한 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위협을 당하고 있는 롯데를 가만히 둘 셈인가. 정부의 대응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서둘러 성주골프장 사드부지 제공이 국가 안보 요청에 따름 것일 뿐 개별 기업인 롯데가 주도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외교 채널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또 외교적 문제를 사기업에 화풀이하는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를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해야한다. 치졸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극대화하는 중국의 보복 행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자유무역 역시 해치는 행위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전 세계에 알려 압박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국 또한 자성해야한다. 반(反)롯데, 반(反) 한국 감정을 부추기는 언론 행위부터 자제해야한다.

환구시보는 롯데를 중국에서 축출하고 한류와 한국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며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 무차별 제재를 가하면 우리나라만 피해를 볼까. 한국기업들이 중국 경제에 상당 부분 이바지 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일례로 롯데의 경우 중국내 약 10개 유통 계열사 점포(백화점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롯데의 일자리 창출 규모는 2만명에 달한다. 만약 롯데가 중국의 제재에 지쳐 중국 사업을 접는다면 중국에도 만만치 않은 피해가 생길 것이다.

이외에도 대중 투자 및 한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도 생각을 해야 한다. 정부의 외교 능력을 발휘할 때다. 사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자유시장 경제를 해치는 중국의 편협한 몽니를 지적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현명한 병법으로 해결하는 대한민국의 외교가 절실하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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