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당신은 오늘 인터넷 은행 빅데이터팀의 팀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신한은행을 거래하는 고객 중 당신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해 주십시오.”

“우리은행은 2020년까지 ‘아시아 TOP 10, 글로벌 TOP 5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인의 역량과 경험을 활용하여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이 하반기에만 2,000명 가까이 채용 계획을 세웠다. 채용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자소서) 문항에 금융권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금융권 취준생들은 대부분의 모든 은행 지원을 고려할 때, 은행별로 2~5개까지 되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비교해 보고 어떤 은행의 자소서 항목에서 자신의 역량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지 경중을 두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과정의 첫 단추이자 남은 채용 과정에 있어 마지막까지 활용되는 자소서 항목을 은행별로 비교해봤다.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이 하반기에만 2,000명 가까이 채용하는 가운데, 채용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자소서) 문항에 금융권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국민은행 채용 홈페이지

■ 본인의 경쟁력, 본인의 역량…은행 발전에 기여하나요?”

은행마다 분야별 채용 도입을 하는 곳은 공통적으로는 지원자 본인의 경쟁력과 역량이 은행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묻는다. 입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초점을 맞춰 지원자가 어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타행에 비해 자소서 분량이 짧은 국민은행의 경우 급격하게 변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자의 경쟁력을 묻는 문항이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중 1가지를 선택해 영업점 직원으로서의 마케팅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당행의 2020년 목표인 ‘아시아 TOP 10, 글로벌 TOP 50’를 위해 지원자가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구체적으로 요구한다. 5개 은행 중 자소서 분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은 고객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본인의 역량이 무엇인지 이 역량을 발휘한 경험을 묻는다.

■ 은행장의 경영철학 녹아있는 문항부터 팀 프로젝트 수행까지…

우리은행은 ▲일반 ▲지역전문가 ▲IT/디지털로 지원구분을 해두었지만 자기소개서 문항은 같다. 눈에 띄는 것은 ‘성공하려면 남보다 반걸음 앞서야 한다’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영선반보(領先半步)’의 자세가 자기소개서 문항에 녹아들었다. ‘우리은행은 실물 로봇 로보어드바이저인 ‘우리 로보-알파’, 음성인식 AI뱅킹 ‘소리(SORi)’와 같은 서비스로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처럼 창의적인 사고와 남보다 한발 앞선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 자소서 문항에 포함됐다.

은행권 최초로 분야별 채용을 도입한 신한은행의 경우 ▲디지털/빅데이터 ▲글로벌 ▲정보기술(IT) ▲투자은행/자금운용/리스크 ▲기업금융/자산관리 ▲개인금융(텔러) 등 6개로 세분화 한 지원분야에 따라 문항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분야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없애기도 했다. 디지털/빅데이터 분야 지원자의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대신, 주어진 다섯 개의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솔루션을 제출하거나 3명 이내로 팀을 짜서 디지털/빅데이터와 관련한 자유 주제를 선정해 솔루션을 제출한다.

주어진 주제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영화를 예로 들어 은행 서비스 영역에서 시급히 AI를 도입해야 할 영역은 무엇이고, 최후의 순간까지도 AI가 아닌 인간이 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금융권에 새로운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주제로 등장했다. 지원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빅데이터팀의 팀장으로 승진했다고 가정하고, 신한은행을 거래하는 고객 중 지원자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 “직무 적합성 보기 위함” VS “자기소개서부터 깐깐해졌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및 포부 등 천편일률적인 내용만을 물었던 기존의 자기소개서와 비교했을 때 은행들은 ‘지원자가 어떤 직무에 적합한지, 이 직무에 대한 이해도는 어떤지’를 함께 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획일화된 채용 전형에서 벗어나 직무별 필요역량을 집중적으로 평가해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본인의 가치관이나 인성 등을 묻는 질문보다 이 지원자가 얼마나 이 직무에 적합한지를 보는 직무 적합도 쪽으로 채용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기업의 인재상에 맞춘 단어를 무조건 나열하기보다 직무 관련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취준생들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자기소개서 문항으로 지원 자체가 더 깐깐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은행권 취업준비생 A(25)씨는 “은행들이 자기소개서에서부터 당행에 대한 로열티(loyalty·충성심)를 원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흔히 말하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이 가능한 자기소개서 항목들은 최대한 없애려고 하는 것 같은데 취준생 입장에서는 은행마다 다른 자기소개서 항목들을 작성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B(26)씨는 “(은행들이) 직무역량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서류 접수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과제를 주거나 문항을 까다롭게 해서 이 은행에 간절하게 오고 싶은 사람만 쓰게 하려는 의도같기도 하다”고 예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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