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성주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유통기업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신세계(이마트)는 1997년 기회의 땅에 발을 들였지만 현재 ‘차이나 엑소더스’를 꾀하고 있고, 2008년에 진출한 롯데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버티기 중이다. 

문닫은 중국 롯데마트 모습. /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기회의 땅이 분명했다. 인구가 많아 유통업계엔 특히 잠재성이 큰 시장이었다. 하지만 사드 보복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의 강한 국수주의, 보호주의 경향과 텃세, 까다로운 규제, 현지화의 어려움 등 문제가 산적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냉각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특히 지난 7일 경북 성주 기지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된 뒤 양국 사이는 악화됐다. 

사드 사태 이전에도 중국 내에 진출했던 국내 대형마트 실적이 부진했던 점을 볼 때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확연히 다른 결정을 내렸다. 이마트는 중국 시장 탈출을 선언하며,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연말이면 철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철수 절차를 밟고 있고, 계약관계 등으로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연말까지는 중국 사업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중국 상하이 소재 취양점을 시작으로 한때 점포를 27곳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적자 누적이 계속됐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재 6곳만 남은 상태다. 사드 사태 여파로 반한 감정이 일어나면서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영업적자만 1,500억원이 넘는다.

지금까지의 적자 누적이 주요 원인이지만 사드 사태 여파로 반한 감정이 일어나는 등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면서 철수 결정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롯데쇼핑은 중국시장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경영전략의 변화는 예측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진출 이후 현지사업에서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이어지며 수익성 측면에선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의 피해는 상당하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롯데마트는 5,000억원 넘게 피해 봤다. 총 112개 점포 중 74곳은 영업중지 상태다. 13곳은 장사가 불가능해 임시휴업(자발적 휴업)에 들어갔다. 중국의 사드 보복 분위기에 편승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점포 매출도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점포에 올해 3월과 지난달 총 7,000억원의 긴급 운영 자금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올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고위관계자는 “사드 사태는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시장은 수익성만을 바라고 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롯데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돼 손실이 불어나면 출구 전략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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