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일 “자구계획안이 실행 가능한지, 자구안대로 실행한다면 금호타이어가 회생할 수 있는지를 내부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내주쯤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가 제시한 자구계획안(자구안)을 수용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주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은 반려된 상태다. 자구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 측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채권단 회의에서 승인되면 금호타이어는 자구안을 실행하고 부결되면 채권단은 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대회의실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신임 산은 회장은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월요일 취임하고 보니 업무도 많고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아 업무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대한민국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할 일이 많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

금호타이어의 자구안 실현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이해당사자들이 협조해 고통 분담한다면 금호타이어가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자구계획안을 검토하는 단계여서 속단하기는 힘들다”고 잘라말했다. 회장이 말하는 이해당사자는 주주, 근로자, 채권단, 지역사회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이해당사자가 기업 살리기에 동참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취지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1일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중국 공장 3곳(난징·톈진·창춘)의 매각 등이 포함된 자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중국 공장 매각으로 3,000억원, 유상증자로 2,000억원, 대우건설 지분 (4.4%) 매각으로 1,3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전체적인 틀이 지난 7월에 박 회장으로부터 제안받은 자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자구안의 세부 내용이 없어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기획재무담당 상무가 산업은행을 직접 방문, 자구안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2015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경영이 악화됐는지 분석·검토 중이고 이를 전제로 앞으로 금호타이어가 회생할 수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협조해서 고통 분담한다면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의 회생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과 금호타이어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대한 평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 회장 측의 자구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금호타이어가 이런 저런 부분들을 고치면 회생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의례적인 면담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구계획안 평가가 우선이고 그 이후 생각해보겠다”고 짧게 말했다.

금호타이어 현안 말고도 올해 초 대규모 유동성 지원을 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며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6,000억원밖에 안 들어간 것은 유동성이 개선돼 자금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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