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보험설계사가 얻는 수수료를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업계가 긴장 모드다. 보험설계사의 수수료를 공개하면 보험가입자와 짬짜미로 ‘리베이트’ 관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 보험사별 수수료가 공개되면 경쟁이 과열된다는 걱정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안’이 11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으로 알려지며 보험업계가 긴장에 빠져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안(이하 금소법)’이 이르면 이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이종걸·최운열·박용진·박선숙 의원 등이 각각 관련 법안을 내놨다.

금소법은 2011년부터 헛바퀴를 돌아왔다. 이번 법안도 지난해 6월 입법예고안이 발표된 뒤 정부안을 확정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업계와 금융당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 많아 여러 차례 무산됐다. 보험상품 등의 판매 수수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도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이 법률안에는 “금융상품의 구매권유를 위해 사용하는 안내자료 등 수단에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가 금융상품의 판매업무와 관련해 금융상품판매업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보수와 그 밖의 대가의 내용 등을 명백하고 알기 쉽게 표기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금융당국 등은 보험상품의 수수료를 공개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봤다. 보험설계사가 수수료가 높은 보험상품을 위주로 판매하는지, 소비자의 혜택을 우선 고려하는 지 가늠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보험업계는 오히려 설계사들의 탈선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상품마다 수수료가 공개되면 수수료를 가입자와 나누는 등의 불법 영업이 자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보험설계사들의 출혈 경쟁도 심화된 상황”이라며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상품의 경우 가입자와 설계사가 짬짜미로 페이백(리베이트)을 챙겨주는 탈선도 자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의 급여에 판매 수수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급여 공개라는 우려도 있다. 타 금융사는 판매 실적과 별개로 기본 급여를 받지만 보험설계사의 경우 낮은 기본급에 판매 수당을 더한다.

중간 마진을 공개하면 보험시장이 교란된다는 반론도 등장했다. 보험상품의 완성도와 관계 없이 수수료가 높거나 낮은 상품이 ‘좋은 상품’ ‘나쁜 상품’으로 둔갑하거나 낮은 상품에만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6월 보험상품의 수수료를 공개하는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오히려 교란될 수 있다는 항변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상품의 경우 이미 수수료가 공개된 만큼 보험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수수료 공개 상품의 범위 등을 조정할 방침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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