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채용비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후임에 10명 이내의 인사가 물망에 올랐다. 차기 행장은 ‘은행장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은행이지만 일단은 실무형 행장을 뽑는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21일 금융권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19일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장 선출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전·현직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과 계열사 대표, 외부인사 등 60여명 후보군 중 본인이 동의한 10명 이내를 추렸다. 임추위는 이들에 대해 후보군 평판조회에 들어갔으며 조회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내 면접 대상자를 추릴 계획이다.

일부 후보자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관계로 평판조회 대상자는 공정성을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1차 면접 대상자는 후보자 동의하에 명단 공개를 적극 검토한다.

현재 1차 면접 대상자 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면접은 개별 프레젠테이션(PT)과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다. 1차 면접일정은 오는 27일 전후로 잡힐 예정이다. 1차 면접에서 다시 후보를 추린 뒤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행장 후보를 뽑는다.

최종 후보자는 다음 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은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연내 최종선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해왔으나 가까스로 올해 안에 선임을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리은행은 관련 규정에 따라 임시주주총회일 3주 전까지는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8일까지는 이사회에서 행장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행장 선임 당시 외부 공모를 배제하고 후보자격을 최근 5년간 우리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 우리금융지주 부사장급 이상 임원 또는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제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채용비리 의혹으로 행장이 사임을 표명한 만큼 외부인사도 행장 후보로 포함하기로 했다.

이번 임추위의 결정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이번 행장 선임은 지주사 전환 후의 회장 후보를 전제로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금번 우리은행 은행장 선임은 지주사 전환 후의 회장 후보를 전제로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은 향후 지주사 전환을 염두한 것이기보다는 현재 우리은행의 현안에 집중할 수 있는 실무형 은행장을 선임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장 후보자를 선정할 때 은행장으로 먼저 선임 후 지주전환시 회장으로 갈 수 있는지와 은행장으로서의 역할만 할 것인지 두 방향을 생각하는데, 이중 후자로 기운 것으로 관측된다.

행장 사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채용비리 여파, 이로 인한 압수수색 등으로 은행 안팎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하고 은행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에서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

은행장이 연내 선임되면 그간 지지부진했던 정부 잔여지분 매각 논의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은행장이 없어 매각 논의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입장이었다. 행장이 선임되고 은행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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