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이 행장의 전격 사임 등 돌발사태에 우리은행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석달 전 2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마저 떨어지고 있어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잔여지분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서 세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첫째는 공석이 된 행장 자리를 하루 빨리 채워 조직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 또한 떨어진 주가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달 모두 물갈이 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위원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필요하다.

정부가 우리은행 잔여지분 연내 매각이 연내 어렵다고 보고 내년에 7% 지분을 파는 잠정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은행 잔여지분 연내 매각이 연내 어렵다고 보고 내년에 7% 지분을 파는 잠정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12일 국회에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에서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우리은행 주식 4,732만주(지분율 7%) 매각 대금을 수입으로 잡았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 대금(최근 2년 주가 적용) 5,000억원을 비롯해 1조원어치 지분을 팔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예금보험공사에 설치된 기금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우리은행 지분을 팔아 회수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예보를 통해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18.52%로, 단일 최대 주주다. 정부는 잔여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올해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먼저, 수장 공백이 가장 큰 이유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2일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행장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잔여지분 매각은 중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서두르고 있지만, 연내 최종선임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 달 초까지는 임추위가 최종 차기 은행장 후보를 정한 뒤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급락하고 있는 주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두 번째 과제다. 지난 7월만 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주가는 공적자금 회수 기준인 1만4,200원을 훌쩍 넘는 1만9,650원까지 치솟으며 2만원 가까이 올랐었다. 하지만 지난달 국감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현재는 1만5,000원선까지 주저앉았다.

애초에는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려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경우 매수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주가가 너무 올라서가 아니라, 공적자금 회수 기준보다 떨어져 공적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새로 위촉된 공자위 민간위원 6명과 협의를 통해 새로이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마지막 과제로 꼽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원행정처, 한국공인회계사회, 전국은행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의 추천을 받아 민간위원 6명을 위촉했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은행이나 한화생명 잔여지분 매각 등 공적자금 회수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심의·조정하게 된다. 잔여지분 매각과 관련한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 이해도가 높았던 인물들이 바뀌면서 또 다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세인 주가에, 매각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지난달 공자위 위원까지 새로 앉힌 것을 미루어 봐서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고 지주사 전환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었다. 하지만 공자위원 교체와 채용비리 논란으로 인한 행장 사임이 맞물리면서 매각절차 개시는커녕,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완전한 민영화보다도 행장을 새로 앉히고 뒤숭숭한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면서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괜찮을 때에도 예금보험공사는 (매각에) 크게 적극적인 입장이 아니었다”면서 “행장도 부재인데다 주가까지 하락장이라 예보가 매각 논의를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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