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그야말로 ‘역대급 돈잔치’다. 국내 은행들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6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껑충 뛴 성적표다. 저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은행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1년 13조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받아든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5조5,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불과 일년새 두배 이상이 늘었다.

이같은 호실적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자이익은 2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조1,000억원 많아졌다.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조9,72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296억원) 대비 12.5%P 늘었다. 신한은행은 3조6,4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005억원)보다 10.5%P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3조7,452억원에서 3조9,019억원으로 4.2%P, KEB하나은행은 3조2,205억에서 3조5,383억으로 9.8%P 올랐다.

비이자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4,000억원 증가했다. 4대 은행 중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분기 누적 1조4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66억원)보다 44.2%나 늘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의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오히려 줄어든 것을 봤을 때 괄목할 만한 수치다. 이른바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는’ 이자 장사에 몰두하기보다 수익 다변화를 꾀한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도 마냥 자랑할 수는 없는 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 고공행진’ 등의 수식어를 달은 은행들은 편치 않다. 비판의 시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적을 냈으나 저마다 표정 관리를 해야하는 이유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 자산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과거 저리로 나갔던 대출이 금리가 오르면 보통 순이자마진(NIM)이 높아진다”며 “금리가 오르면 싸게 나갔던 대출이 은행한테는 손익면에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손익이 잘 난 것은 대손충당금 줄인 것과 영업이익이 많이 안 나는 곳과 인원을 줄여서 판매관리비를 크게 감소시킨 영향”이라면서도 “이제는 줄일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이 줄었다는 말은 은행이 안전한 곳에만 대출을 많이 해줬다는 뜻이고 그러니까 전당포 영업이라는 비난이 있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은행들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을 벌려 돈을 버는 영업에 대한 비판에 정부도 힘을 보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익의 원천이 온통 가계대출 분야,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했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영업을 보다 다변화해 혁신·중소기업 대출 등 다양한 자금 운용으로 수익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은행이 매 분기 최대 실적을 내는 것을 이자장사로 배를 채우고 있다고 볼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C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면서 “은행들이 저금리에도 수익성을 많이 올리고 있는 이유는 은행들도 과거 수익 구조에서 탈피해 다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수장들도 이에 대해 ‘이자장사가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을 묻는 질문에 대손충당금이 과거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은행들이 돈을 잘 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면서 “최근처럼 대손충당금이 적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 30~40bp가 정상적인 크레딧 코스트가 10bp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21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은행 실적이 좋으면서 이자이익이 크다는 비판 여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20~30년 길게 놓고 보면 금융회사의 수익성은 상당히 나빠지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일부 반등하는 정도”라며 “요즘 조금 성과를 내고 있는데 좀 더 긴 시각을 갖고 추이 분석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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