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비트코인(BTC) 그게 뭔데요? 왜 그걸 금융상품이나 화폐로 인정해 줘야 하나요? 법적으로 인정이 안 돼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페를 법적으로 인정할 방침이 전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자기들끼리 거래하는 ‘물건’에 불과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무시’ 방침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가상화폐 가격이 무한정 오르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이 내년 말 4만 달러(4,33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가상화폐의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비트코인 가격은 29일 1,200만원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은 1만 달러(1,081만원)를 넘겼다.

저금리로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옥죄고 나서면서 갈 곳 없는 돈이 가상화폐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 역시 최근 거래대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서 제약·바이오주가 주춤하면서 가상화폐로 자금이 쏠리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어느 주식도 가상화폐만큼 빠른 오름세를 보이기는 어려워 투자자에게는 큰 유혹이다. 증권사들은 가상화폐 관련 애널리스트 등 전담 인력까지 구성하고 있다.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모험자본을 육성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투자자의 관심은 가상화폐에 더 쏠리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코스닥 기업들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자금이 코스닥시장을 이탈해 가상화폐 쪽으로 쏠릴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상통화가 투기화되는 현실이다. 거래량이 코스닥을 능가하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관계부처에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문제는 가상화폐 특성상 금융당국이 이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해도 규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1비트코인 가격을 1,000만원으로 제한해도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를 통해 얼마든지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전 세계 정부가 일제히 가격을 제한하지 않는 한 거품이 쉽사리 사라지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는 것도 중국이 관련 거래소 거래 중단 등 규제에 나서면서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된 탓이다.

차선책으로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업을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하고 암호화폐 규제 법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8월 가상화폐업을 영위하려면 최소한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 금융위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원칙적 불법, 예외적 허가’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춘 거래소만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업자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통화로 인정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옥죄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이 주춤하고 한국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을 때가 오히려 우리나라가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인데, 안타깝다”며 “정부가 안전한 거래소를 해 나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 당당히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은행법 제47조에 화폐발행권은 한국은행만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가상화폐가 화폐로 인정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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