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혼선을 빚던 가상계좌 실명제를 정부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실명제 도입 이후 정부의 방침과 관리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달부터 시행될 실명제를 앞두고 은행권에게 제공될 가이드라인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에 따라 정부의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민이 시세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에 발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실명제 도입을 연기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실명제 서비스 도입을 중단한다는 사실상의 폐지 지침을 밟다가 이를 연기쪽으로 선회했다. 금융당국에서 실명제 서비스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실명제 서비스를 정부 가이드에 맞춰 시행하고 기존 가상계좌에 대해 15일부터 입금을 막으려던 것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농협은행도 실명제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기존 가상계좌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가상계좌 서비스가 유지되는 이달 말 이후 정부와 은행 그리고 거래소간의 가상화폐 줄다리기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15일 오후 ‘신규 계좌 발급이 제한될 것’이라는 보도로 혼선을 빚었으나 곧 마무리 될 현장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계좌가 제한될지, 실명확인에 입각한 가상계좌는 제공할지, 입금을 중단해 기존 가상계좌 거래를 자연스럽게 없앨지 등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자 가상계좌를 제공한 6개 은행(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일관된 정책을 내지 못하면서 고객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인 은행들만 휘둘리는 것 같다”며 “은행들은 당국과 고객의 눈치를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점검 결과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가상화폐 관련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법무부가 ‘거래소 폐쇄’라는 강력 규제를 들고 나왔으나 바로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에 가상화폐 실명제를 원안대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통일이 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한쪽에서 지르고 한쪽에서 수습하는 꼴”이라며 “다른 부처에서 저마다 강경한 대책을 내놓으니 이번 가상화폐 문제가 현 정부의 위기관리 시험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하루 수조원씩 오가는 것이 거래소 현재 상황인데 이를 생각하면 자금의 원천을 확인할 수 있는 실명제 도입으로 인한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도입 이후 시장이나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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