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아이폰X(텐)'의 1분기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한 탓이다. 이에 아이폰X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전자업체들에게도 타격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X 1분기(1~3월) 생산량을 당초 계획의 절반인 2,000만대로 줄일 방침을 세우고 각종 부품 공급업체들에도 이러한 사실을 통보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애플은 연말연시에 미국·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아이폰Ⅹ 판매가 기대처럼 늘지 않자 생산 감축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X는 출시 초반에는 부품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품귀현상을 일으켰지만 이후 인기가 떨어지면서 재고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X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논란과 디자인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아이폰X의 가장 큰 부진 원인은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에 최적화되지 않았던 점이 걸림돌이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일 일부러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난 것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겨울에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 때 폰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새 스마트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폰X의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애플의 기업가치가 1주일새 50조 원 가량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이후 일주일 동안 애플 주가는 5.1% 하락해 시가총액이 464억 달러(한화 49조 7732억8,000만 원)나 증발했다. 아이폰X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다. 

애플이 아이폰X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제품의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전자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아이폰X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아이폰X 등과 같은 플래그십 모델들의 판매 부진은 모바일 수요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에는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X의 필수 패널인 OLED를 공급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아이폰X 생산량이 전 분기보다 40.0% 감소한 1,800만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며 이와 같은 추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폰X 판매 감소로 가장 타격을 입는 업체는 LG이노텍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 관련 매출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카메라모듈 실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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