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한미FTA 개정안에 따라 미국산 차가 국내에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미국 브랜드들이 공세를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이 미국 생산 모델을 더 쉽게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 특히 긴장도가 높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미FTA 개정안을 공식 발표한 예정이다. 앞서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26일 공개했던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여기에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철폐기간을 2041년으로 20년 연장하고, 브랜드별로 미국에서 안전?환경 기준을 통과한 차량 연간 수입 제한대수를 종전 2만5,000대에서 5만대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혼다코리아는 어코드와 CR-V 등 볼륨 모델 대부분을 미국에서 들여온다. 닛산도 알티마 등을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 혼다코리아 제공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협상이라며 자축하는 모습이다. 큰 피해가 우려됐던 철강관세를 면제받는 대가로 내준 조건이, 사실상 국내에서는 비중이 적은 픽업트럭 시장뿐이라는 이유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사실상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가 전부다. 쌍용차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화한 것은 전혀 없는 만큼, 피해도 없다고 봐야한다.

현대차도 콘셉트카인 싼타크루즈를 기반으로한 양산형 픽업트럭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전혀 없던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국내 생산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피해를 산출하기는 어려운 정도라고 보고 있다.

국산차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오히려 미국산 차량 수입 제한을 5만대로 늘리는 내용이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차 비중은 아직 적은 편이다. 작년 기준 수입 대수는 5만2,635대에 불과하다. 이중 포드와 쉐보레, 캐딜락, 크라이슬러 등 미국 브랜드 비중은 절반 정도다.

문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 국적, 그리고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국적 브랜드다. 벤츠와 BMW는 SUV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생산한 모델을 들여오고 있으며, 일본브랜드들은 볼륨모델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해 수입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선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산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당 모델들은 디자인이 투박하고 연비가 낮다고 알려진 미국 브랜드 차들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개발됐다. 생산지를 따지는 소비자도 드물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브랜드별 미국차 판매량이 많아도 1만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규제가 풀리면 더 많은 모델을 들여오면서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생산 차량은 유럽이나 일본 생산차와 비교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내수 시장이 수입차에 자리를 뺏기는 상황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진입 장벽을 낮춰주면 국산차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브랜드들이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한미FTA 개정안을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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