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국산차 업계에도 봄바람이 불어온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예년 판매량을 회복했고, 르노삼성차도 수출에 힘을 실으면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잇따른 노사 협의 실패로 소비자 신뢰를 잃은 한국지엠만이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차 5개사는 3월 내수 시장에서 13만9,432대를 판매했다. 전년(14만5,903대)과 거의 비슷해진 수치다. 전달(10만5,432대)과 비교하면 무려 32.2%나 크게 성장했다.

3월 국산차 5개사 판매량 (내수 + 수출, 단위:대). 각 사 제공

수출량은 57만9,571대로 전년(56만8,213대)을 넘어섰다. 전달(46만6,063대)보다 24.4%나 늘었다. 올 들어 찬바람만 불던 국산차 업계가 모처럼 봄바람을 느끼게된 것도 이 덕분이다.

업계별로는 대체로 고른 회복세를 보였다.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차(6만7,577대)와 기아차(4만8,540대), 쌍용차(9,243대)가 전년과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내수 시장에서 7,800대를 팔면서 전년(1만510대)대비 적지 않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수출량을 1만9,259대로 전년(1만4,771대)보다 30% 이상 늘리면서 총 2만7,059대를 팔아치우는 전천후 실력을 뽐냈다.

문제는 한국지엠이다. 내수에서 6,272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면서 업계 꼴찌로 추락했다. 그나마 전달(5,804대)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영업일수와 업계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큰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수출에서도 한국지엠은 시원찮은 실적을 기록했다. 3만4,988대. 전년(3만6,072대)보다 3% 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총 판매량은 4만1,260대로 전년(5만850대) 대비 19% 추락했다.

차종별로 보면 한국지엠의 위기 상황은 더욱 구체화된다. 전년과 비교하면 볼륨모델인 스파크는 2,518대로 42.1%나 판매량이 줄었다. 말리부(909대, -74.9%)와 크루즈(566대 -73.6%), 트랙스(707대 -65%) 등 모델 하락폭은 훨씬 심각했다.

군산공장 폐쇄로 사실상 단종 수순에 돌입한 올 뉴 크루즈. 3월 판매량이 566대에 머물면서 전년(2,147대)보다 73.6%나 적은 실적을 나타냈다. 한국지엠 제공

그나마 CKD 수출량은 4만6,522대로 전년대비 4.4%만 적지만, 3월까지 누적 CKD 수출량은 11만5,985대로 전년(16만147대)대비 27.6%나 쪼그라든 상태다.

한국지엠이 이같은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이유는 단연 경영 문제가 꼽힌다. 한국지엠이 국내 공장 생산성 문제로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친 가운데, 임단협에서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소비자 불안만 더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3월말까지 7번에 걸친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각자 의견만 전달하면서 여전히 평행선만 긋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GM이 신차 배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 한국지엠은 노사 합의 실패로 신차를 뺏기면서 철수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쉐보레를 국산차의 대안으로 여겼던 경향이 크다. 쉐보레 판매량이 줄어들면 오히려 수입차 시장만 커질 수 있다"며 "사측은 일찌감치 양보 의지를 밝힌 상태다.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한국지엠뿐 아니라 국산차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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