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빗썸·코인빈 해킹피해에도 보험처리 어려울 전망
가상화폐 가치 판단 어렵고 피해 보상 대상도 '불분명'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피해가 늘고 있지만 이들 거래소가 계약한 보험의 보장 범위가 좁아 해킹에 대한 구제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플리커

[한스경제 허지은]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두 곳이 연이어 해킹당하면서 거래소 해킹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들이 가입한 보험으로 구제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으로 받은 피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따져보기가 어려운데다, 약관 별로 보장 범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보험에 가입한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인빈(구 유빗) 등 4곳이다. 가입 규모는 빗썸이 가장 크다. 빗썸은 현대해상의 ‘뉴 사이버 종합보험’과 흥국화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등 총 60억원 한도의 보험을 들었다. 업비트가 50억원, 유빗과 코인빈은 30억원 규모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중 실제 해킹 피해를 입은 빗썸과 코인빈의 보험금 수령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올 6월, 코인빈은 지난해 12월 각각 350억원, 172억원 가량의 가상화폐를 해킹으로 도난당했다.

빗썸·업비트·코인원 가입한 보험에 ‘재산’ 관련 보장 없어

빗썸은 국내 거래소 중 가장 큰 보장규모의 보험에 가입했으나 정작 ‘재산 피해 보상’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재산 관련 특별약관에는 가입하지 않아 이번 해킹 피해에 대한 보험금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빗썸이 가입한 현대해상 보험은 정보유지 위반, 네트워크 보안, 미디어 배상책임, 평판 훼손 등 5개 부문의 위험을 보장한다. 이중 정보유지 위반은 회사 기밀 유출로 인한 피해를, 네트워크 보안은 시스템 해킹에 따른 복구 비용을 보상해주는 담보다.

흥국화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은 개인정보 유출로 회사가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만약 해커가 개인정보를 빼내 투자자 지갑을 털었다면 보장 범위에 들어가지만 이번처럼 직접 가상화폐를 도난당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빗썸의 해킹 피해가 이러한 담보 중 어느 카테고리로 들어가는지를 따져봐야하는데, 재산 관련 약관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이번 해킹 피해는 보장범위에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업비트와 코인원이 가입한 보험에도 재산 관련 보장은 없다. 업비트는 삼성화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에, 코인원은 현대해상의 사이버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으나 보장 범위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빗썸처럼 해커가 직접 거래소에 침투해 코인을 빼가는 등의 피해는 앞으로도 보장받기 어려운 셈이다.

야피존→유빗→코인빈...두 차례 해킹 피해에 간판 3번 바꿔
 

코인빈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유일하게 재산 관련 보험에 가입했다. 코인빈은 전신인유빗을 운영할 당시 DB손해보험의 사이버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지난해 12월 해킹으로 172억원의 피해를 입은 뒤 유빗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최초로 파산을 선언하고 보험금 30억원과 회사 운영권 매각 등을 통해 회원들의 손실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빗과 보험계약을 맺은 DB손보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현재 법정 공방 중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유빗의 사고조사 결과 보험금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지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빗은 거래소 보안 수준이나 정책 등을 DB손보 측에 알리지 않거나 허위로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유빗의 ‘자작극’ 의혹도 제기됐다. 유빗은 DB손보와 지난해 11월말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12월 19일 해킹을 입고 파산을 선언했다. 보험 가입에서 해킹까지 불과 20일밖에 걸리지 않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해킹을 당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코인빈의 전신인 야피존, 유빗은 모두 해킹 피해를 입었다. 야피존은 지난해 4월 약 50억원의 피해를 입은 뒤 유빗으로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개시했으나, 유빗 역시 같은 해 12월 172억원 규모의 코인을 도난당하고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올해 3월 유빗은 돌연 파산 신청을 취소한 뒤 코인빈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영업을 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해킹으로 인한 피해까지 보장하는 보험이 등장하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해 보상 대상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는 가상화폐의 가치를 따지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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