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올 들어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각지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전세계적인 극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모델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차출시에 따른 기저효과와 모델 성격을 감안했을 때, 성적이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기아차 이미지 제고 효과를 고려하면 스팅어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국산차에서 첫 고성능 시대를 열어젖힌 모델이지만, 실제 상품성은 넓은 공간 등 실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아자동차 제공

22일 기아차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스팅어 판매량은 누적 2496대다. 월 평균 500대수준으로, 작년 5월부터 연말까지 평균(733대)보다 33%가 감소했다.

스팅어 부진설이 흘러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작년 국내외에서 ‘올해의 차’와 디자인상을 수상했던 모델이 일찌감치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뒤이어 나온 모델에 비해 상품성이 부족했다거나, 수입차 브랜드들이 대규모 할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뒤를 이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스팅어 실적을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며 부진설에 손사래를 쳤다.

부진설이 틀린 가장 큰 이유로는 역설적으로 판매량을 꼽았다. 스팅어가 출시된 것은 작년 5월. 1년이 지난 만큼 판매량도 줄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특히 스팅어가 국산차 최초의 고성능 GT카였던 만큼, 출시 당시 판매량이 크게 많았던 기저효과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팅어가 볼륨카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진설을 반박하는 또다른 이유다. 당초 기아차는 스팅어를 브랜드의 기술력을 시장에 소개하고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초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스팅어는 기아차 브랜드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기아차와 관련한 검색 빈도는 스팅어 출시 후 적잖이 두꺼워진 형태를 띈다. 실제로 K3와 K9 등 모델이 스팅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글 트렌드로 본 전세계 'stinger' 검색 빈도(상단)와 국내 스팅어 검색 빈도. 국내에서는 출시 당시보다 큰 폭으로 축소된 반면, 세계적으로는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 캡처

예컨대 K3는 스팅어를 닮은 외관을 이용해 성능보다 연비에 중점을 둔 모델 한계를 극복해냈다. 스팅어와 전혀 다른 성격의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리틀 스팅어'라는 별명을 얻으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했다.

스팅어가 수출 물량을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아차가 굳이 내수 판매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스팅어 수출량은 무려 1만4857대에 달한다. 국내 판매량의 7배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누적 수출 3만대를 돌파하면서 글로벌 시장 인기를 실감케 했다. 스팅어 공장 가동률이 늘 최대치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올 뉴 K3는 스팅어를 닮은 외관을 이용해 다소 나약해진 주행 성능을 극복해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자동차 제공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stinger' 검색 빈도는 작년 출시 이후 꾸준한 형태를 보인다. 국가별로는 호주와 미국, 캐나다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외 자동차 전문지 사이에서도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팅어를 BMW M3와 4시리즈와 비교하는 기사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영국 ‘토우 카 어워드 2018’은 최근 2.0 가솔린 터보모델을 가장 견인력이 우수한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마케팅 전략 실패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스팅어는 편안한 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GT카임에도 불구하고, 고성능을 지나치게 부각하면서 동급 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편의성 등 장점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배기량별 스팅어 판매량은 출시 후 지난 4월까지 2.0T가 51.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팅어의 디자인과 활용 및 상품성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3.3터보가 33.3%이지만, 최근 출시된 2019년형에서는 2.2D 인기가 많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홈페이지 스팅어 페이지에 넓은 실내공간을 부각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일선 판매 현장에서는 GT카의 장점을 주요 판매 전략으로 활용해왔다고 소개했다.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다만 이는 오해에 가깝다는 것이 관계자 입장이다. 기아차가 작년 출시 이후 한동안 CF영상 '퍼포먼스편'과 미국 슈퍼볼 광고 등 스팅어의 역동적인 면을 자주 부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판매 일선에서는 출시 직후부터 경쟁모델 대비 넓은 공간과 내외관 디자인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는 젊고 역동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하는 '그녀의 아버지'편을 제작해 방송을 시작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가 국산차 처음으로 ‘제로백 4.9초’ 시대를 연 모델이라 고성능차 이미지가 강하지만, 출시부터 지금까지 마케팅 전략은 ‘스타일’과 실용성을 중심으로 했다”며 “모델 특성상 볼륨모델 수준으로 많이 팔기는 어려운 차다. 작년 신차 효과 등을 감안하면 현재 판매량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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