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역적자·관세문제 여전...트럼프 정부 말바꾸기도 의심스런 부분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전쟁을 피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가 이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EU 간의 무역적자가 여전한데다 변덕이 심한 트럼프 정부의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EU를 향한 관세 부과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2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끝났다고 보기엔 너무 이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에 대한 생각을 갑자기 바꿨다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여럿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백악관에서 만나 무역전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EU는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로 수입하고 향후 미국산 액화 천연가스(LNG) 수입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최근 부과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도 협상을 통해 조율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측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유럽이 자동차 이외의 상품에 대해서는 무관세, 무보조금을 향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공동 교역 아젠다를 수행할 실무 그룹을 출범해 추후 관세 문제를 협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 연합뉴스

#1. 해소되지 않은 미국-EU 간 무역적자

WP는 먼저 미국과 EU 간 무역적자 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을 첫번째 장애물로 꼽았다. 융커위원장이 미국산 대두와 LNG 수입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민간기업에 수입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 이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수입 규모를 늘어난다고 해도 무역적자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이 EU와의 무역에서 기록한 적자는 1010억달러(약 113조원)로 대두와 LNG 수입만으로 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EU가 미국산 LNG를 수입해야 할 명분도 적다고 WP는 지적했다. 가스관 송출이나 비용이 매우 저렴한 러시아산 LNG를 두고 유럽이 미국산 LNG를 수입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2.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 문제도 여전

EU를 향한 무역전쟁의 촉매제가 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매겨진 관세 문제도 여전하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유럽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서는 “협상을 통해 조율할 예정”이라고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양 측이 발표한 ‘자동차 이외 상품에 대한 무관세·무보조금 계획’에도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다. 이는 오바마 정부에서 추진하다 트럼프 정부가 철폐한 범대서양 무역투자협정(TTIP)과 매우 유사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미국산 대두 수입과 맞바꿀 정도로 트럼프 정부가 TTIP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냐는 것도 의심스럽다고 WP는 지적했다.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논의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공식 성명서에서 이 부분은 빠져 있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번 주 안에 2000억달러(약 225조원) 규모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3. 트럼프 정부의 ‘변덕’…의심의 여지가 많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온 ‘말바꾸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관세 철폐를 약속했다가도 돌아서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데다 트럼프 정부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지적했다.

실제로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가 EU를 포함한 많은 나라를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다 지난 6월 1일 EU와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부과→철회→다시 관세부과’로 이어진 트럼프 정부의 다음 행보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WP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칭찬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자 “정직하지 못하고 나약하다”고 공격한 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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